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플로랑스'를 운영 중인 김대섭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기자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꽃을 만지는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가끔 거칠어진 어머니 손을 봤을 땐 애써 외면하기도 했고요. 맘에 두고 있으면 불편하니까요. 그래도 생생히 생각나는 걸 보면 그 손을 애써 잊으려 했던 거지, 아예 잊었던 건 아닌 거 같아요. 군대는 직업군인으로 다녀왔어요. 안정적인 수입만큼 재미가 없었죠. 그때 어머니가 꽃집 얘기를 꺼내셨고, 바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엄마와 함께라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던 거죠.”
“꽃 수업을 받으러 오는 분들은 크게 두 부류예요. 그냥 꽃을 보고 싶은 분. 그리고 마음이 힘들어서 위안을 받고 싶은 분. 창업을 위해 클래스에 오시는 분은 전혀 없어요. 아직도 눈에 선해요. 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생산직 근로자 여성 두 분이요. 고된 삶 때문에 정말 힘들어 보이셨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꽃이라도 봐야 살 수 있겠다 싶어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꽃을 보고 싶다는 건 상처를 치유 받고 싶다는 말이에요. 보통 기쁨을 나누기 위해 꽃이 사용되지만, 제게 있어 꽃의 본질은 힐링이에요.”
“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드렸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싶어졌죠. 학원에 등록하고 우연히 대회에 나갔다가 운 좋게 이탈리아까지 다녀오게 됐어요. 결국 미약했던 커피 한 잔의 꿈이 이탈리아까지 다녀와서 완성된 거죠. 나무가 숨 쉬고 꽃향기와 커피향이 어우러진 이 공간이 제겐 참 자랑스러워요.”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플로랑스'를 운영 중인 김대섭 대표가 딸 서율양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중년 남성들이 꽃다발을 사가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난생처음’이란 단어예요. 제겐 너무 익숙한 말이지만, 그런 말을 할 때 남성들의 얼굴에서는 알 수 없는 설렘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남자에게 ‘처음’이라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죠.”
“이곳은 벌레들이 꼬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해결책은 청소밖에 없어요.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날을 잡는 거죠. 화분을 다 들어낸 후 가겔 정리하고, 나무를 다듬고, 흙을 치우다 보면 아침이 될 때도 있고요. 네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플로랑스'를 운영 중인 김대섭 대표가 딸 서율양과 함께 가게 정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따님과 분갈이를 하러 오신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서글서글한 제 모습이 맘에 든다며 따님을 두고 먼저 돌아가시더라고요. 저도 호감이 생겨 적극적으로 돌진했죠. 얼마나 많은 꽃다발을 바쳤는지 몰라요. 그 덕분이었을까요? 첨엔 절 탐탁치 않아 하던 그녀와 결혼까지 할 수 있었죠. 지금 저희집 한쪽 벽면에는 서툴게 말려진 꽃다발들이 가득해요. 그때 그 꽃다발들이에요. 아내는 그저 버리기 아까웠다며 핑계를 대고 있지만. 남자들은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내 여자가 너무 예쁘고 고마울 때가 그런 순간이라는 걸.”
/김지훈·김희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