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 - 청주 오창읍 '내차를 부탁해'

2015.11.26 13:36:33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자동차 디테일링 전문점 '내차를부탁해'를 운영 중인 김선일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73. 청주 오창읍 '내차를부탁해' 김선일 대표

청주 오창읍에 위치한 자동차 디테일링 전문점 '내차를부탁해'를 운영 중인 김선일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정확히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어요. 자동차 앞모습만 보고도 이게 어느 회사의 어떤 모델이라는 걸 알아챘던 때가요. 중학생 시절엔 자동차 정비기능사 책이 교과서였죠. 자동차에 대해 파면 팔수록 성능 보단 외형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판금을 배울 수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 기능경기대회까지 출전하게 됐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에서 출장 세차를 시작했어요. 차내 시트까지 다 뽑아서 해야하는 작업이었죠. 그렇게 차량 바닥을 닦아내고 있으면 다정스런 눈길로 아파트 주민들이 제게 말을 건네요. 그런 건 얼마나 하냐고요. 대답을 해드리고 속으로 숫자 100을 세면 어김없이 경비아저씨가 등장해요. 제게 당장 나가라며 혼쭐을 내시는 거죠. 따뜻하게 말을 건넸던 주민들이 경비아저씨에게 거세게 항의를 했으니까요. 아파트 격 떨어지게 왜 저런 사람을 들이냐면서. 그 때 다짐했어요. 꼭 성공해야겠다고.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아파트에 용무가 있을 때마다 경비아저씨께 드릴 항상 박카스를 챙겨갔어요. 제게 박카스란 그런 거예요. 자양강장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청주 오창읍에 위치한 자동차 디테일링 전문점 '내차를부탁해'를 운영 중인 김선일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한 겨울 세차를 하는데 정말 춥더라고요. 손이 얼어터질 거 같았죠. 그래도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차를 닦아냈어요. 그 모습을 본 차주가 미안하다며 짜장면을 시켜주더라고요. 민망해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잠자코 있었어요. 짜장면 얘길 들으니 갑자기 허기가 왔고 배가 고프니 체면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으니까요. 드디어 짜장면 배달이 왔어요. 손이 얼어붙어 젓가락도 쥐어지지 않았지만 왜 그리 그 짜장면이 맛이 있는지.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먹고 나서 바로 중국집 전화번호를 머릿속에 입력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먹으니까 맛있는 건지 원래 맛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역시 짜장면 맛이 훌륭하더라고요. 단골이 되었죠. 서울에서 얼마나 그 짜장면을 시켜 먹었는지 몰라요. 제가 중국집에 전화를 하면 주인이 메뉴와 주소를 묻지도 않고 ”네~“ 하고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으니까요.(웃음)”

“손님들은 자동차를 너무 아끼는 분들이에요. 심지어 병적일 만큼 증세가 심각하다고 제게 고백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웃음) 보통 검은 차종의 오너들은 차량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고생을 작정을 하고 구입하신 분들이에요. 눈으로 보이지 않는 흠을 손으로 만져 찾아내는 달인 같은 분들이죠. 어쩔 땐 보이지 않는 스크래치를 함께 찾자며 저랑 같이 몇 시간씩 차량을 손으로 훑기도 해요. 차를 타려고 구입한 건지, 스크래치를 찾으려고 차를 타는 건지. (웃음) 하지만 누구에게나 참을 수 없는 것이 있잖아요. 그냥 놔버리면 편할 수도 있겠다 싶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요.”

청주 오창읍에 위치한 자동차 디테일링 전문점 '내차를부탁해'를 운영 중인 김선일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안산에서 시작해 충주를 거쳐 오창으로 오게 됐어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죠. 지도를 펼쳐보면 이곳이 대한민국의 중심이잖아요. 노다지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부모님이 항상 제게 미안해하세요. 제 꿈을 뒷바라지 못해주셨다면서요. 요즘 금수저다 흙수저다 말들이 많지만, 저는 하나도 미안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를 도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낳아주셨고, 제 꿈을 맘속으로 든든히 지원해 주시면 그걸로 충분한 거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가 하는데 왜 부모 도움이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혼자서 일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업부터 작업까지 혼자 감당하다보니 이 가게에서만 구급차에 세 번이나 실려갔거든요. 그때부터 협업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소상공인 지원센터도 수시로 찾아가 프랜차이즈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고요. 이곳을 교육센터로 키워 350개의 전국 지점을 내는 게 꿈이에요. 저는 그야말로 ‘하면 된다’는 걸 신봉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하면 육체적으로 힘든 것과 고생을 구분할 수 없게 되거든요.”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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