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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에 치이는 나는 '샌드위치 세대'

노부모 봉양에 자식 뒷바라지까지 '등골'
베이비부머 50대 가장의 서글픈 어버이날

  • 웹출고시간2014.05.07 20:10:48
  • 최종수정2014.05.07 20:10:48

나의 아버지는 82세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격동의 일제강점기를 보내셨다. 한국전쟁 땐 국군으로 참전, 팔과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살아남은 게 기적이었다.

휴전 후 아버지는 고향에서 농사를 지셨다. 선친이 물려준 작은 땅에 벼와 보리를 심었다. 6남매 중 넷째인 나를 대학에 보내겠다며 소 몇 마리도 키웠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와는 20년 전 사별하셨다. 옆 마을 이장 딸이었던 어머니는 평생 고생만 하시다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나마 정정하시던 아버지는 몇 해 전 중풍이란 몹쓸 병을 얻어 요양병원으로 가셨다.

나는 당시치곤 약간 늦은 28세에 결혼을 했다. 이듬해 낳은 큰 아들은 올해로 25살이 됐다. 두 살 터울 둘째 놈은 얼마 전 전역을 해 대학 복학을 앞두고 있다. 두 녀석의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대야 할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렇다. 나는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다. 우리말로는 '낀 세대', 그러니깐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이는 50대 가장이다.

이 용어는 미국 사회학자 도로시 밀러가 1981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을 함께 부양해야 하는 중년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샌드위치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일맥상통한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현(現) 50대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함께 자랐고, 현재는 은퇴를 바라보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경우가 많다.

이젠 노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취업난에 갇힌 자식 뒷바라지까지 해야 한다. 내 삶을 돌볼 겨를은 없다.

은퇴를 몇 년 앞둔 요즘, 부쩍 걱정거리가 늘었다. 노후 대책 때문이다. 나 역시 1997년 IMF 태풍을 비껴가지 못해 국민연금 말고는 별다른 노후 대책을 세우질 못했다.

퇴직금을 모아 개인택시 면허를 살까, 아니면 식당을 개업할까. 그러자니 지난해 50대 자영업자 중 절반이 부도를 냈다는 금융결제원 발표가 다시 한 번 뇌리를 스친다.

달력을 보니 '가정의 달 5월'이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런데 나는 왠지 서글프다. 정작 나를 위한 날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노부모의 아들이자, 내 아이의 부모인 것을. 샌드위치 세대의 운명을 탓할 수밖에.

※ 이 기사는 우리 주변에 사는, 지극히도 평범한 50대 가장들의 구술을 일기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임장규기자

샌드위치 세대의 자화상

○ 인구 712만5천명(총인구 대비 14.6%, 생산가능 인구 20%)
○ 평균자산 3억4천만원(부채 6천만원)
○ 65세 이상 노인(샌드위치 세대 부양 대상자) 빈곤율 45.1%(OECD 회원국 1위)
○ 2018년까지 133만명 퇴직
○ 2020년 노인세대 진입
○ 샌드위치 세대 20% "내 노후대책 없다"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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