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한 직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신규직원 채용 면접이 진행됐다. 요즘 청년들답게 응시자들은 모두 똑부러졌고 자신의 소신과 열정을 당당하게 표현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훌륭한 인재들이었기에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면접위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어려운 시간이었다.
면접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문득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얼마 전 우리 체육회를 떠난 직원. 그의 면접 당시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왜 체육회를 선택했는지, 입사하면 어떤 일을 꼭 해내고 싶은지, 그 목표를 얼마나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는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입사 후, 그가 실제로 그 꿈을 멋지게 실현해내는 모습도 지켜봤다. 맡은 일을 누구보다 성실히 해내며, 체육회를 향한 자부심을 잃지 않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런 그가 왜 떠나야 했을까. 현실의 벽이었을까, 제도의 한계였을까, 아니면 조직문화가 그의 마음을 붙들어두지 못했을까. 여러 생각이 겹쳐지며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인재를 뽑는 일보다 더 어려운 건, 그 인재가 머물 수 있게 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남는다.
충북체육회는 지역 체육의 중심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능한 인재들이 체육회에 입사한 뒤, 더 나은 근무 여건을 찾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행정 전문성 유지를 위해 이직 방지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우수 인재의 이직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보상과 복지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동일 분야 타 기관과 비교해 낮은 처우는 장기 근속을 어렵게 한다. 둘째, 경력 개발의 한계다. 체계적인 교육이나 직무 순환, 승진 기회가 미흡할 경우, 구성원은 성장의 가능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충북체육 발전을 이끌 인재들이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구조적 원인이다.
이에 도 체육회는 인재가 '머무를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 임금 현실화뿐 아니라, 직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 내부 교육 강화, 성과 기반 보상 체계, 유연한 근무 환경 등은 인재가 조직에 애착을 느끼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무엇보다 조직문화가 핵심이다.
단순한 제도나 복지보다 더 깊은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바로 '문화'다. 소통과 존중이 살아 있는 조직, 개인의 목소리가 존중받고 상호 신뢰가 형성된 조직은 구성원에게 단순한 직장을 넘어 '함께 성장하고 싶은 공동체'로 다가간다. 상명하복이 아닌 수평적 소통, 실수를 용인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유연한 분위기야말로 인재가 머무는 진짜 이유다.
도 체육회 역시 이러한 문화 정착이 절실하다.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조직의 공기, 즉 '정서적 안정감'이 인재 유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방패가 된다. 구성원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팀워크를 이루는 조직은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어지고, 지역 체육 전반의 신뢰도 또한 높아진다.
도 체육회가 도민과 체육인을 위한 진정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려면, 인재가 이곳에서 미래를 꿈꾸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 토대부터 탄탄히 다져야 한다. 인재가 떠나지 않는 조직, 머물고 싶은 조직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