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과 이별하며

2024.12.19 14:15:33

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바람이 차다. 어둠이 일찍 내린 거리로 겨울은 점점 깊어져 간다. 숨 가쁘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일을 돌아본다. 한 권의 책을 덮기 전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처럼, 묵직한 여운과 함께 차분해진다.

올해는 특히나 많은 변화와 도전이 있었던 해였다. 개인적으로 친정엄마가 아프시면서 일상을 흔들었다. 그로 인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다른 일을 해내느라 두 배로 바빴다.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잘 해냈다. 우선 그 와중에 첫 수필집을 냈으니 대단하다.

12월 초, 지금 시대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하고 불안정했다. 세계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우리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적응하고 성장해야 했다. 어쩌면 우리는 매 순간 불확실성과 마주하며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가 발견한 것은 바로 '삶의 유연함'과 '회복탄력성'이 아닐까 싶다. 힘든 시기를 견디며 얻은 깨달음과 경험은 내년을 살아가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마지막 달력을 바라보며 감사함이 밀려온다. 나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때, 놓친 것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2월에는 곁에 남아 있는 것들, 그리고 여전히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 환경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비록 완벽하지 않은 한 해였을지라도, 그 속에서 작은 행복과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다. 감사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또한, 타인과의 연결을 다시금 확인해 보기도 한다. 바쁜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가족, 친구, 동료와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것은 연말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한 해 동안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지를 떠올리며 따뜻한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 이러한 시간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얼마 남지 않은 12월을 보내며 나와의 대화도 잊지 말아야겠다.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는 것을 잊곤 한다.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의 마음과 몸이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 보련다. 스스로 올해 가장 잘한 일과 가장 아쉬웠던 일을 물어보리라. 그리고 내년에는 어떤 목표를 세우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채우느냐에 따라 특별해질 수 있다.

12월은 단순히 한 해가 끝나는 이별이 아니라 다시 새로운 만남과 연결되어 있다.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카운트다운을 세듯, 마치 출발선에 서기 전 숨을 고르는 순간과 같다.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소중히 간직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나를 한 단계 더 성숙하게 하고, 앞으로의 삶을 더 단단히 준비할 수 있게 한다.

고맙다. 12월을 잘 보내고 새로운 1월과 조우하는 기쁨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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