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원피스를 입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을 썼는데 '미용실에 안 갔냐?'는 남편의 한마디에 다시 거울을 본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로 대꾸하고 함께 길을 나선다.
일각이 여삼추라 드디어 '그날'이다. 행여 늦을세라 조바심이 났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다행히 길이 막히지 않아서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강변북로를 따라 도착한 식당은 오늘 만남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한강의 잔잔한 물결과 저녁 어스름 하늘빛이 바로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창가 쪽에 마련된 방에 들어가서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둘째 아들이 작년 말, 조심스럽게 결혼이야기를 꺼냈다. 여자 친구가 결혼하기를 원한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심각하게 말했다. 아들이 사귀는 그 아이는 우리 가족과도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가끔 집에도 왔었는데 성격이 밝고 붙임성이 좋았다. 시기가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결혼할 사람이 생겼을 때 하는 게 좋다는 우리의 의견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우리의 의견과 그 아이 부모님의 의견을 중간에서 전하며 그렇게 상견례가 잡혔다.
그 아이의 부모와 남동생이 들어왔다. 안사돈 될 분은 바지를 입으셨는데, 상견례에서 여성은 정장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서 신선했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서로의 가족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눴다. 두 아이는 준비한 자료를 나눠주더니 상견례를 진행했다. 만남에서 결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 결혼 준비와 미래의 자녀계획까지 브리핑하듯 하는 걸 보면서 신뢰감이 두터워졌다.
마냥 철없고 장난기 많던 아이가 누군가의 인생을 함께할 사람으로 자라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결혼 과정을 차근차근 치르고 상견례를 믿음직스럽게 준비한 아들을 보며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딸이 없는 우리 집에서 딸 노릇까지 하며 정 많고 살뜰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차박 캠핑으로 두 아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요즘은 아들 가진 엄마가 눈물을 훔친다더니 둘째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벌써 요동친다. 이제 새로운 가족을 꾸려서 완전 독립체로 떠날 아들과의 이별을 단단히 준비해야겠다.
마음을 단정히 가다듬는다. 결혼이 두 사람만이 아닌 두 집안이 인연을 맺기 위한 첫 만남이니 더욱 그렇다. 혹시라도 말실수라도 하거나 예의가 부족해 보일까 봐 괜히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인다. '며느리를 딸처럼' 대할 수는 없다는 내 말도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았나 싶다. 진심으로 다가서고 가족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내 뜻이 전해지길 바란다.
서로를 존중하고, 두 아이의 선택을 믿으며 응원하는 상견례를 긴장감 속에 마쳤다. 숲길을 연상케 하는 식당 앞에서 두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중간에서 두 집안을 이어주는 끈이 되어 두 아이가 행복한 것이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어두운 밤하늘이 내려앉은 강물이 유유히 흐른다. 저 강물처럼 '가족'으로 품어주고 보듬으며 한 곳을 향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