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살아 온 인생 - 야장 김명일 장인

2014.03.20 14:45:37

기억 속 대장간 모습엔 검붉게 그을린 얼굴,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근육질 팔로 무거운 연장을 들고 벌겋게 달궈진 쇠를 힘껏 내려치는 젊은이가 있었다.

대장간에서 울리는 쇠 두들기는 소리는 단순한 망치 소리가 아니라, 일정한 리듬을 가진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그 소리에 맞춰지곤 했다.

충주 무학전통시장 입구 누리장터에 자리한 김명일 장인의 작업장에선 여전히 전통방식 그대로 쇠망치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찾아 간 곳에 예전처럼 힘센 근육질의 젊은이는 없었지만 노쇠하여 힘에 부칠 일도 숙련된 힘으로 이겨내는 장인이 있었다.

충북 무형문화재 13호로 지정되신 삼화대장간 야장 김명일장인이다.

ⓒ홍대기
"1953년도 학교라곤 그때 3,4학년인데 한나절 밖에 더해요? 교실은 타고 없으니 돌맹이 깔고 나무 밑에 이런데 앉아서 한나절 있다 집에 왔지. 2교대 수업을 하니까, 일찍 집에 와서는 집 앞 대장간에서 놀았지."

"얘, 이리와 풀무 좀 불어 봐. 장날 같은 날에 풀무를 몇 달 불다 보니까 몇 푼 주잖아. 과자 사 먹는 재미에 이걸 배우게 된 거야. 그래 60년까지 이 일을 끌고 나온 거지요. 풀무질을 1년쯤하고 함마질을 한 11년하고 그러다 지겨워서 군대를 가게 된 거요. 군에 가서도 대장간 했다니까, 육군병기기계공작창에 배속된 거요. 그래 군에서도 쇠를 만지다 제대 후 남의 집에서 1년여를 댕기다가 이걸 차렸지요."

ⓒ홍대기
"70년 중반까지는 고전을 했지만 몇 년 후엔 입소문이 나고 내 기회가 되더라구요. 사람 다섯을 두고, 내 물건 알아주고, 해 놓을 새 없이 팔리고 그랬지요. 사람 다섯이 하루 낫이면 50개, 호미는 60개, 쇠시랑이면 40개를 만들었어요. 작두 1개가 쌀 한말일 때, 하루에 10개를 만들어 팔던 좋은 시절도 있었지요. 더 오래 쓰고 단단한 걸로 유명해서 단골들은 알지만, 값싼 중국산이 밀려드니 아무래도 전보다는 덜 팔리지요."

ⓒ홍대기
40년째 삼화대장간에서 일을 배운 전수자가 생활고로 주중에는 다른 일을 하고 주말에만 나오게 되어, 일이 더 힘에 부치지만 기계를 쓸 수도 없다고 한다.

평생 쇠를 녹이는 불을 가까이 하며 쇠를 주무르듯이 다듬어 온 장인은 가늠할 수 없는 힘과 꼿꼿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모든 부분에 송곳 하나를 두드려도 제대로 만들어야지. 내 성질이 그래서 어물정 못 넘어가요. 불에 넣고 두드려 갈고 자루 박고, 호미 하나에도 스무 번의 담금질과 1000번의 망치질은 해야 해요. 공장에서 뚝딱 대량 생산되는 물건과는 달라요. 내가 40년생이니까 이제 욕심 부려 뭐 할까 싶지만, 지금 여기 대장간으로 안 보이는 건 맘에 걸려요. 기와든 초가든 대장간 같아 보이게 만들면 좋겠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가족단위 체험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장간 체험을 오는 아이들에게 전통 대장간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더 전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부모 손잡고 찾아 온 아이들은 망치를 만져보고 대장간을 둘러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대장간 체험을 한다.

ⓒ홍대기
체험을 한 후엔 특별히 제작된 앙증맞은 호미를 선물 받는다.

흐뭇한 표정으로 작은 호미를 건네는 장인의 얼굴에는 전통을 소중하게 여겨 찾아와 준 다음세대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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