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기
고운 흙처럼 드러내지 않는 성품의 이종성장인은 1974년 열여섯 나이에 도자기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일을 배워 갈 무렵, 몇몇 사기장들은 흙을 만지는 일과 무늬를 넣는 일 등의 작업을 각각 분업화하여 대량생산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다 해야 해"라는 말의 뜻을 고민하였고, 이를 계기로 경기 광주의 안동오 선생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전통도예를 배우게 된다.
안동오 선생 문하에서 보낸 8년여의 시간은 도자기에 대한 그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흙을 고르는 일부터 물레질과 문양을 넣는 일, 가마에 장작으로 불 지피는 것까지의 모든 과정을 내 손으로 해야 내 이름을 새길 수 있지요." 라는 말에서 장인의 고집스런 집념이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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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물, 바람과 불, 장인의 묵묵한 세월을 담은 청화 백자는 생명의 숨결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아름답게 만드는 신비함을 지녔다.
전통도예에 온 힘을 쏟으며 청자와 백자, 분청사기 등의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그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청화백자 투각이었다.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되기까지는 수십 차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부드러운 질감을 살리기 위해 전통방식으로 직접 손으로 흙을 반죽하여 원하는 형태로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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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을 마치면 도자기에 공간을 부여하는 독특한 문양인 투각을 한다. 숨을 참아가며 온 신경을 집중시키는 고된 작업이다. 예술적이고 독창적인 투각을 위해 수없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묘사할 대상의 윤곽을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구멍 내 파내고 무늬를 넣는 투각부분에서 그의 솜씨는 뛰어나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공예부문에서 상을 받은 '청화백자 장생문 투각대호'도 투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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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장인은 가마와 불도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여러 단으로 만들어진 전통 흙 가마에 건조된 소나무로 불을 지피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흙을 섞어 다지고, 물레를 돌리고, 문양을 새기고, 유약을 입히는 여러 과정을 거친 후의 일이다. 3년간 소중하게 돌보며 건조시킨 소나무 장작으로 1천300도까지 불 온도를 올린다. 불 지피기를 이삼일, 가마 안의 도자기들은 미세한 불 온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장작을 던져 넣으며 불 온도를 지켜야 한다.
불 온도를 잘못 맞추기라도 한다면 그 동안의 고생은 수포로 돌아간다.
세 번째 단의 가마에는 소나무 장작을 세로로 잘게 쪼개어 던져 넣는다. 불의 온도를 빨리 높이고 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40여년을 도자기를 만든 지금도 투각작품의 성공률은 30%도 되지 않고, 시간도 공도 많이 들여야 해서 마음에 드는 것은 일 년에 몇 개 얻기 어려워요. 첫째로 이젠 눈이 약해져서 작업을 오래 할 수가 없어요. 전에는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도, 힘든 줄도 몰랐거든요. 살아있는 동안 마음에 드는 작품을 몇 개나 더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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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흙을 빚으며,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노력할 장인의 남은 날들이 보인다. 자연을 품어 둥글고 넉넉한 조선 백자 달 항아리는 호들갑스럽지 않게 물욕의 눅눅함을 거둔 그의 마음을 닮아 있었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