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생의 그림과 이야기 - 작품의 허실관계Ⅱ

대립관계, 통일시키면 더 좋은 미감 창출

2013.05.30 16:26:05

14편: 작품의 허실관계-Ⅱ

ⓒ강호생
지난주에는 '허虛와 실實', '흑黑과 백白'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 '허실공간의 감각적 가치'를 살펴보았다. 허실공간에 나타난 여백의 유형들을 살펴보면, 여백의 虛로 표현된 부분이 實로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게재된 그림에서 살펴보듯 세로로 긴 지면에 많은 부분이 생략된 공간에 세로로 놓인 줄기와 병아리가 묘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주위의 커다란 여백은 하나의 虛로서 남겨져 있지만 충실한 實로서 대기감을 느끼는 그 존재태가 인식되어지고 있다.

여백을 살려줌으로써 그림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實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虛와 實의 대립관계를 조화, 통일시켜 상보관계의 미감을 창출하며, 화면 밖의 공간까지도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여백〔虛〕으로서의 實로 존재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즉 동양회화에 있어서 중요한 공간구성으로 虛로써 實을 대신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畵中의 實이 지나치게 實하여 虛에 의해서 그것을 변화시키고 實가운데 虛를 놓아 虛로 하여금 그것을 조화시켜 평판한 것은 생생하게 하고, 담담한 것은 유창하게 하고, 막힌 것은 시원하게 열어주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하겠다. 虛·實관계의 여백 표현에 있어서 또 한 가지는 공간구성, 즉 공간 조형적 측면을 볼 수 있다.

화면의 이러한 공간구성은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중앙부의 수직적 두 갈래의 선은 화면 전체에 있어서 주제의 공간분할을 담당하고 있다. 꽃잎 옆에 두 마리의 병아리를 배치함으로 꽃은 마치 바닥에 닿은 듯 공간감을 드러내며 병아리 아래나 위로의 텅 빈 공간은 대기의 시원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공간구성 속에 이미 虛·實의 존재는 공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의 초보생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생략의 함축적 필선과 공간구성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더 채우고 싶어서 즉 더 그려 넣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생략은 그냥 비워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함축적 필선의 공간구성은 상당한 실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야말로 직관적 세계이기 때문에 고도의 감관이 따르지 않으면 비우 것도 쉽지 않는 것이다. 열 번의 필선으로 마무리할 것을 서 너 번의 필선으로 마무리한다면 그만큼 함축의 필 맛을 체득한 것이다. 우리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 하겠다. 눈으로 봐도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은 타 분야에 비하여 독특하고 상당한 필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이후에는 스스로 탈법(脫法)을 하는 것이기에 동양화는 처음부터 탈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화면의 공간구성 및 허와 실에 대한 내용 속에 또 하나의 상보적 관계는 형상의 배치와 관계된 여백의 공간크기를 살펴 볼 수 있다.「여백〔空〕은 큰 여백〔大空〕과 작은 여백〔小空〕으로 구분 할 수 있다. 큰 여백은 화면에 크게 비어있는 여백을 가리키고, 작은 여백은 화면의 형체 사이의 작게 비어 있는 여백을 말한다.」이러한 공간크기로서 병아리 아래와 위의 공간배치의 비율을 다름을 관찰 할 수 있다. 동일 비율의 여백은 짜임새가 없고 그림을 심심하게 만든다. 이처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느 한 부분에 치우쳐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일일이 계산해 넣어 그릴 수도 없는 것이다. "여백을 그리는 것은 實을 위한 것이요, 제재의 내용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한 것이며, 그림 속의 중요한 형상이나 중요한 줄거리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더욱 변화 있게 하고 더욱 생동감 있게 하며 상쾌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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