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세종지역 중·고 교사 66%가 공식 민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교사노동조합(세종교사노조)이 10일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의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중 세종 중·고등학교 소속 교사 177명의 응답을 별도로 추출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116명)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58%(102명)가 '매우 그렇다', 27%(47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교사의 개인번호 공개가 사실상 관리자나 학부모에 의해 강요되고 있거나, 출결 확인, 생활지도, 민원 응대의 신속성을 위해 개인번호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특히 교원 안심번호 제도나 민간 소통 애플리케이션 또한 불안정성, 통화 품질 문제, 원 번호 노출, 파일 전송 한계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교사들은 퇴근 후, 심지어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도 학부모로부터 학교 폭력, 또래 관계, 출결 확인, 준비물 문의 등 다양한 사안으로 연락을 받는 일이 빈번하다고 밝혔다.
연락에 응하지 않으면 '업무 태만'으로 인식되거나 더 큰 민원이 제기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는 사전에 안내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문의하거나, 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모르면 카카오톡 아이디 찾기 기능을 활용해 인터넷 전화를 걸어오는 등 사생활 침해를 넘어선 행위를 보이기도 했다.
응답자들은 '현재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은 교사 개인이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 고교 교사는 "관리자들이 의도적으로 민원을 회피하거나, 승진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하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편향적으로 대응하는 예도 있어 교사들은 홀로 악성 민원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교사는 단지 '학생의 조퇴를 허락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또 다른 교사는 '수업 중 학생의 부정행위를 규정대로 처리했다'는 이유로 경찰 신고 및 인권침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과도하고 악의적인 민원으로 인해 교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폭언, 협박, 자질 부족 비난, 심지어 이유 없이 자녀를 미워한다는 주장 등 비상식적인 언행에 시달린 교사가 많았으며, 이로 인해 무기력,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는 사례도 보고됐다.
김은지 세종교사노조 중등부위원장은 "개인번호 공개로 스팸 전화나 악성 민원 전화에 노출되거나, 공식적인 소통 채널의 부재로 교사 개개인이 민원 처리에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는 걸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세종교사노조는 교사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식 민원 대응 시스템의 신속한 구축 및 의무화 △교사 개인정보 보호 대책 마련 △학생 출결 시스템 개선 등 법적, 제도적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세종 / 김금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