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생의 그림과 이야기 - 그림의 비례 형식

비례, 현장감 주면서 전체 통일 시도하는 요소
'1:1.618의 황금분할' 미의 전형으로 인식
동양인 일부러 완전한 형을 일그러뜨리기도

2013.04.25 15:54:26

10편: 그림의 비례 형식
ⓒ강호생
가끔 전시장을 가보면 대상의 관찰에 앞서 우선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는 그림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보면 사생을 기반으로 하는 지 아니면 형태와 무관한 심상표현만을 표현하는 지 바로 구분이 된다. 사생을 중심으로 그리는 그림에는 기본적으로 형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눈높이의 시점도 중요하다. 물론 지난 시간에 복수시점 또는 산점투시 등 시점의 자유를 이야기 했지만 '일점원근법'을 알고 생략한 것인지 모르고 생략한 것인지 더 나아가 원근법을 제대로 적용시키지 못하여 아예 뒤범벅이 되어버린 형태들과 구도를 많이 보게 된다.

구도는 그림에 있어서 상당한 중요성을 갖는다. 형상의 배치와 형상의 참맛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각각의 형상들끼리의 비례는 그림의 완성접근에 커다란 지름길이다. 비례를 관찰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형태에 대한 기본요소라 할 수 있으며, 형태에는 비례뿐만 아니라 기울기라는 요소 하나가 더 있다. 사물의 정확한 관찰은 바로 '기울기'의 개념과 '비례'의 개념을 확실히 하는 데 있다. 이 개념 훈련을 마친 후에는 형태는 신기하게도 기막히게 잘 보인다. 기초 없는 반복적 그리기는 시간이 가도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왜 사상누각이겠는가· 모래위에 아무리 멋진 형태와 색채의 집을 올려도 얼마가지 않는다. 잠시잠깐은 자신이 그린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에 취해 있는 동안 그 아래로 견고치 못한 모래들이 무너질 쯤 늦게나마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다.

그림의 대비, 대조, 비례 등의 형식들은 "형태에 현장감을 주면서 전체의 통일을 시도하는 美의 形式"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비례의 인식은 다른 형상들과의 관계성이라는 것을 알지만 '바른' 또는 조화로운 비례에 항상 완벽한 '규칙들'은 없다는 사실이 먼저 이해되어야 한다. '美'의 형식측면 중에 비례의 개념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황금분할'이다. 1:1.618의 황금분할은 '자연의 물상'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비례인 동시에 그것이 곧 조화이며 미의 전형으로 인식되어왔다. 또한 황금비율은 수량적인 美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리적인 미와 예술적인 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조선화가 '장언원'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궁리하는 것과 동일한 일이다."라고 말하여 산수화의 개념에 황금비의 뜻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회화에서 강세황의 <벽오청서도>, 최북의 <수하관폭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도 주제인 소나무는 화면을 황금비로 분할하고 있다.

비례론을 건축론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1:1.4에 해당한다고 본 '금강비례론', 아름다운 신라 종의 종구(鐘口)와 종고(鐘高)의 비례인 1:1.3 등의 수치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황금비로 제작된 그리스의 항아리는 언제나 기하학적 비례의 황금비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것들은 오히려 차갑고 훈훈한 맛이 없다. 그러나 동양의 항아리, 특히 조선백자의 정제되지 않은 모양에서 소박성을 느낄 수 있는 데 고유섭의 '구수한 큰 맛'은 바로 이러한 것을 시사하고 있다. 동양인은 참된 미란 기하학적 규칙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일부러 완전한 형을 일그러뜨리기도 하는 이상적 관념에 제작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동양회화에서도 창작에 비례 등의 척도가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지만 기초의 기본 훈련으로써 과학적, 기계적, 수리적인 관점을 염두 한 나머지 인간의 내적·정신적 자기의 이상적 관념이 없다면 그것 역시 결코 제 맛이 나지 않기에 어쩌면 더 가치 있는 것을 놓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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