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대한민국에서 살아내기 위해선 지독한 인내심과 혹독한 마인드 컨트롤과 심오한 철학공부가 필요하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바보가 되거나, 이유 없이 부끄러워지거나, 죄책감과 홧병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2016년 대한민국의 99%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은 그 잘난 1%의 지도자, 위정…
쌍권총이 있는 성적표와 함께 학사경고 통지서가 책상위에 놓여 있었다. 대학 1학년이 지나고 긴 겨울방학을 맞았다. 친구들과 전국유람(?)을 하고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을 때 고향집에 당도했다. 아버지가 날 호출하여 자리에 앉혔다. "군대 가라, 그것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자원입대해라" 차분한 목…
미루나무 나뭇잎이 잔잔한 바람에도 살랑거리면 나도 덩달아 설렜다. 붉은 노을이 물들어가는 구룡산 아래 둑방길을 혼자 거닐곤 했다. 해거름이 늘어질 때면 내 걸음도 길어졌다. 여름날의 저녁은 뱀 꼬리마냥 가늘고 길어서 시간이 흘러도 좀체 어두워지지 않았다. 여름 햇살의 후끈한 기운이 빠져나간 산…
인간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철학과 문학행위는 아마도 이름에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물, 산과 들판, 모든 공간과 시간에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해독해야할 텍스트와 상징이 되었다. 이름으로 불리는 모든 명사는 그 자체로 전설이고 역사이며 사연 담은 생애가 된다. 우리는 이름만 들여…
'아침 일찍 강가의 새들이 짹짹거리니 나도 덩달아 명랑해집니다. 창밖의 새소리에 잠이 깨어 그 새소리를 따라 밖으로 나갑니다. 강가라 그런지 많은 종류의 새들이 눈에 띕니다. 떼를 지어 군무를 펼치는 작은 새들이 있는가 하면, 백로처럼 홀로 강가를 배회하는 새들도 있습니다. 나도 저 새들처럼 세상 속을…
눈이 딱 마주친 것은 빨간 신호등 앞이었다. 내 옆으로 두 대의 트럭이 정지해 섰고 그 쪽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가끔 길에서 마주치는 두 대의 트럭이 눈에 익었고 코 속으로 스며드는 냄새 또한 익숙하게 역겨웠다. 지난 몇 년간 출근길에 내 코 속을 어지럽힌 그 냄새를 어찌 잊을 것인가. 멀리서 그 트럭만…
가끔 내 존재의 안부를 묻는다. 때때로 지상의 중력이 너무 버거울 때, 무거운 돌덩이가 심해로 가라앉듯 가슴속 깊이 생의 비밀이 내려앉을 때, 그래서 내력 없이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면 난 내 존재에 대한 안부를 물어야 할 것만 같다. 내가 발걸음을 내딛던 곳곳은 안녕한가, 난 누구와 가고 있는가, 난…
안개비가 내리던 남쪽의 항구였다. 여객선은 먼 길을 떠나기 위해 큰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바람 속에는 바다 냄새뿐이었다. 난 어서 이 고적한 부두를 벗어나고 싶었다. 안개비와 바다 냄새와 떠나가는 배가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부두를 가로질러 길모퉁이 2층의 찻집을 들어설 때…
에로스들이 넘실대었다. 5월의 따가운 햇살이 수천 명의 얼굴위로 쏟아져 내리고 그 얼굴에서 반사된 빛의 열기가 연록의 봄을 달뜨게 했다. 꼭두새벽부터 강원도에서 달려왔고, 부산에서 오고, 광주에서, 제주에서 왔다. 전국 각지의 정겨운 사우들이 함께 만났다. 국토의 한 중앙 운동장에서 만난 입사동기의…
모든 근시는 인상파 화가와 같다. 근시인 난 가끔 안경을 벗고 도시의 야경을 바라본다. 일순 빛으로 가득 번지는 세계, 바로 모네의 눈을 갖게 된다. 모네의 그림을 볼 때마다, '생 라자르 역'에 짙은 안개처럼 눅진하게 깔리는 증기기관차의 수증기, 금방이라도 끈적이는 수증기 입자가 내 온몸을 뒤덮을 것만 같…
"36년이나 된 친구와 헤어지려고 하는데 힘드시겠어요." 보건소의 상담원이 날 빤히 쳐다보면서 패치를 건넸다. "그러게요", "약간 긴장하신 것 같은데 열심히 해 보세요" 보건소 문을 나서면서 슬펐던가? 슬펐다. 쓸쓸하고 허전해서 36년이나 된 그 오랜 친구를 다시 불러내고 싶었다. 1979년 4월, 골목길 담장…
퇴근직전 한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의 이른 봄날, 선배님으로부터 직무교육을 받았던 'J'입니다. 저는 2005년 봄에 본사로 올라온 후 현재 UAE원전사업처에 있습니다. 청주에서 신입사원으로 처음 근무한지 열 번의 봄이 지났지만, 해마다 봄이 되면 무심…
문득 '마크 로스코'의 분홍색이 나타났다. 고요한 빛, 붉은 시간이 출현하는 시간이었다. 신화적이고 원시적인 감성은 더 이상 형태를 필요치 않을 것이라던 그의 말이 들리는 듯했다. 러시아 출신 추상표현화가인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은 나를 깊은 내면의 세계로 끌어들였고, 마치 우주를 유영하듯 태초의 신…
꼭 일 년 걸렸다. 먼지바람만 불던 허허벌판이 번듯한 학교로 바뀌었다. 멋스런 건물과 운동장, 조경수들까지 조화롭게 심고 나니 제법 그럴듯했다. 이곳 행정도시는 정원보다 신입학생 수가 넘쳐 부랴부랴 조성된 학교였다. 터 파기부터 골조 올리기, 콘크리트 타설 등 모든 공정을 집 창밖으로 바라보며 지낸…
얼굴에 와 닿는 공기의 8할은 이미 봄이었다. 나머지 2할의 겨울 때문에 아직 패딩점퍼를 입고 다녔다. 조금만 걸었는데도 땀이 촉촉이 배어 나왔다. 익숙하다는 편안함으로 갈아입지 못한 외투는 겨울의 관성이었다. 정지한 물체는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는 관성의 법칙대…
"이제 빨대를 빼버리는 소감이 어때?" 나를 쳐다보는 막내아들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냈다. 대학졸업반인 막내의 첫 출근길에 내가 짓궂게 불쑥 물었던 것이다. "속 시원하지요, 아버지" 넉살 좋게 되받아치는 아들 녀석과 마주 보며 껄껄 웃었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니 내가 발 디뎌야 할…
기나긴 겨울을 예고하듯 차가운 바람이 긴 꼬리를 물고 불어왔다. 아직은 만추의 거리였으나 추위에 익숙지 않은 몸이 따뜻한 한 줌의 햇볕이라도 갈망하고 있었다. 선생님을 만나기 한 달 전부터 작가의 책 중 일곱 권을 다시 골라 읽었다. '은교'나 '소금', '비즈니스'는 만남 하루 전에야 겨우 읽기를 마쳤다. '…
35톤, 5톤 대형 트럭으로 일곱 대 분량, 한 사람이 평생 먹는 음식의 양이라고 한다. 쌀이 83가마니, 돼지고기 18마리, 닭고기 490마리, 채소 7톤, 과일 4톤, 계란 2만개, 기타 등등. "네가 밥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을 수첩에 적어 다니…
마님은 요 며칠째 말수가 부쩍 줄었다. 그래서인지 마님네 집이 조용하다. 촐랑이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자꾸 거실을 기웃댄다. 삼돌씨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마님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마님, 요즘 무슨 걱정거리 있어?" "아니." "아니긴 뭘 아니야· 분명히 뭔가 있어. 요즘 말도 잘 안하고 표정도 어둡고……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다. 숲은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자지러지는 듯 했다. 순금 빛과 연두색 파스텔 톤으로 어우러진 자작나무숲의 이파리들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시골처녀 '쟈오 디'가 하염없이 기다리는 자작나무 숲길에는 총각선생 '류오창이'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겨울 햇살이 마님네 마당을 기웃대다 말고 슬그머니 물러난다. 그 뒤로 스산한 바람이 다가와 낙엽을 걷어찬다. 낙엽은 툴툴대며 이리저리 몸을 피하느라 분주하다. 마님은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삼돌씨가 마님 곁으로 다가와 묻는다. "마님! 뭘 그렇게 넋 놓고 보고 있어?" "삼돌씨! 이런 날은 공연히 쓸…
하품을 하며 창문을 열던 마님이 삼돌씨를 호들갑스럽게 부른다. "와! 삼돌씨! 얼른 와 봐. 첫눈이 왔어!" 삼돌씨가 마님 등 뒤로 다가와서 창밖을 내다보며 시큰둥한 얼굴로 핀잔을 준다. "마님, 출근길이나 걱정하셔." 반가운 기색이 전혀 없는 삼돌씨를 마님이 힐금 돌아보고 따지듯 묻는다. "표정이 왜 그래·…
"우리 직장인들은 많은 가식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지요. 그 위선의 가면 때문에 좌절도 하고, 자기를 잃고, 길도 잃어버리고, 자신을 찾기 위해 고민하면서 다시 참자아를 회복하기도 하고요. 직장생활하면서 겪은 그런 경험들을 글로 써서 보내 주시면 안될까요· 특히, 마음의 근육을 키워 그것을 극복한 과…
"찌릉, 찌릉, 찌르르." 새들이 떠드는 소리에 아침 이슬이 푸르르 옷깃을 털어낸다. 덩달아 마님도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뜬다. "쯧쯧……. 올해는 모과가 몇 개 안 달렸구먼. 저걸 누구 코에 붙인디아." 궁시랑 대는 소리에 마님이 벌떡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창문을 연다. 샛별이 할머니가 뒷짐을 지고 마당을 한 바…
별빛이 심장처럼 파닥거렸다. 이건 고흐식 표현이다. 일 때문에 밀양의 산 정상에 올랐고 새벽 두시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란 보름달이 팽팽했고 눈이 시리도록 하얀 별빛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 가운데 일곱 개의 별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큰곰자리 꼬리가 보였다. 북두칠성이었고, 그 옆에 카시오페아…
[충북일보] 속보=동거녀의 집이라고 생각하고 벽돌로 남의 집 현관 잠금장치를 부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청주지법 형사1-2부는 특수주거침입·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받는 A(6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범행 도구인 흉기 2자루 몰수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8일 밤 9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빌라에 들어가 벽돌로 남의 집 현관문 잠금장치를 여러 차례 내려쳐 부수고 집 안에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집 안엔 피해자 B(20대)씨가 살고 있었으며, 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은 A씨의 몸속에 소지하고 있던 흉기 두 자루를 발견해 압수했다.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되기 전에도 B씨의 집 현관문 앞에서 돌을 던지며 "내 동거녀와 같이 있는 것 아니냐", "죽여버리겠다" 등 폭언과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동거하던 여성도 살지 않았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A씨는 과거 자신과 동거하던 여성의 집으로 착각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도가 청주 오송과 오창, 진천, 음성, 충주를 연결하는 '충북 서부축 고속화도로' 건설에 시동을 걸었다. 바이오와 방사광가속기, 배터리, 수소연료 등 도내 핵심산업이 집중된 이들 지역을 직접 잇는 도로망을 만들어 연계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도는 최적의 노선을 발굴한 뒤 타당성 분석과 논리 개발로 이 사업을 국가계획에 반영해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25일 도에 따르면 '충북 서부축 고속화도로 타당성 검토 및 논리 개발'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다. 현재 용역을 진행할 외부 전문기관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다음 달 업체가 최종 확정되면 용역을 의뢰할 예정이다.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1년이다. 도가 서부축 고속화도로 건설에 나선 것은 충북 서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없어 물적·인적 교류와 산업 연계 육성 등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개발에 따른 교통 수요와 광역 이동 통행량 증가 등으로 교통 정체 해소와 간선 기능 확보도 필요하다. 실제 도내 서북부 지역은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일반산업단지, 충북혁신도시, 충주기업도시 등이 들어섰고 K-바이오 스퀘어와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 중이다.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