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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효자 ‘식도락 여행’

먹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SNS는 개인의 기록이자 자발적인 마케팅

  • 웹출고시간2019.01.01 20:38:11
  • 최종수정2019.01.01 20:38:11
[충북일보] 먹기 위해 떠나는 시대다. '우동 먹으러 일본 다녀온다'는 우스갯소리는 더는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니다.

관광을 목적으로 여행하고 인근 먹거리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은 지났다. 휑한 벌판이든 구석진 골목이든 접근성의 중요도도 낮아졌다. 산꼭대기에 있어도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먹을 것을 찾아가는 이들이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목적에서도 식도락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이른바 '먹방여행' '먹투어'다.

먹는 것에 대한 가치가 달라졌다. 단순히 배고픔을 덜어내는 행위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과 먹는 것 자체가 여행이다. 메뉴와 관계없이 유명한 맛집을 찾아 나선다. 대기 번호표를 받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오락으로 여긴다. 음식을 먹기 전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행위가 낯설지 않은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 SNS 플랫폼에서 #먹스타그램(먹은 음식 사진 게시물)을 검색하면 6천348만여 개의 게시물이 나타난다. 관련 항목도 #맛스타그램 #jmt #먹방 #맛집 #푸디 #맛있어 등 다양하다.

흔히 말하는 '핫플레이스'에서 음식을 먹은 뒤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SNS에 해시태그(#)를 달아 인증한다. 좋아요가 늘어나면 '인싸(insider)' 등극이다.
◇SNS 인증으로 이어지는 먹방 콘텐츠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먹방(먹는 방송)'의 인기가 한몫했다.

방송에서 맛집으로 소개되면 SNS 콘텐츠로 확대 생산된다. 아무 프로그램이나 나온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는 이들이 언급할수록 효과가 극대화된다. '나도 먹었다'는 인증 릴레이가 인기를 지속시킨다.

최근 다시 전성기를 맞은 이영자의 '간택'을 받은 음식들은 방송 이후 즉각적인 품절사태를 일으켰다. 특히 휴게소 음식으로 언급한 '소떡소떡'은 해당 휴게소를 넘어 전국적으로 유명한 메뉴가 되면서 편의점, 분식집 등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충북에서는 금강휴게소의 '도리뱅뱅'과 금왕휴게소의 '찹쌀도넛', 신탄진휴게소에서 판매하는 '호떡' 등이 '이영자 특수'를 누렸다. 그냥 지나칠 휴게소에도 잠시나마 발길을 머물게 하는 요인이 됐다.

이영자 이전에는 백종원이 있다. 백종원이 맡은 프로그램에서 조명한 식당들은 방송 이후 여지없이 긴 줄로 이어졌다.

충북에서도 '백종원 맛집'이 여럿 탄생했다. 청주에서는 짜글이로 유명한 '대추나무집' 과 '보글보글촌'이 방송 이후 전국에 짜글이의 존재감을 알렸다. 고추지를 넣은 '고추 만둣국'은 인근 가게들까지 상승세에 편승하게 했다.

부속구이 편에서는 '장군집', 돼지갈비 편에서는 '남들갈비', 족발 편에서는 '육거리 미니족발'이 화제를 불러왔다. 마늘 순대로 유명한 단양에서는 '충청도 순대'가 방송 이후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동네 맛집에 그치던 가게들이 전국 맛집으로 부상했다.

탕수육으로 극찬받은 제천 '향미식당'은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영동 유니짜장 '덕승관'과 옥천 어탕국수 '찐한 식당', 물 쫄면 '풍미당' 등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자발적인 SNS홍보의 파급력

SNS에서 먼저 유명해진 뒤 방송에 진출하는 예도 있다.

몇 년 전 생딸기 우유로 청주 시내 소나무길을 장악한 '스위트피'의 경우가 그렇다. 우유에 생딸기와 비정제 설탕만 넣은 진짜 딸기 우유는 예쁜 포장과 특별한 맛으로 SNS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생딸기 우유 판매처가 생겼지만 방송을 통해 원조로 인정받았다.

전에 볼 수 없었던 마카롱들도 예쁜 비주얼과 맛으로 SNS상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각종 방송에 출연한 청주 시내 유명 마카롱 가게를 비롯해 현재 충북에서만 140여 개의 마카롱 가게가 성업 중이다.

산 위에서 커피를 들고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장소로 유명했던 단양의 '카페산(cafe sann)'도 SNS에서 이름을 알린 뒤 방송에서 재조명됐다. 차 한잔과 풍경을 담기위해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산에 올랐다.

단양 구경시장의 인기도 SNS에서 찾을 수 있다. 새우가 통째로 들어간 마늘 새우만두와 마늘 순대로 시작해 선명한 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블랙핑크 아이스크림도 유명해졌다. 단양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에서 먹기 위해 구경시장을 찾게 하는 원동력으로 변모했다.

전국 유명 빵집을 돌며 빵 맛을 인증하는 '빵지순례'도 인기다. 군산 이성당, 전주 풍년제과, 대전 성심당 등 지역에서만 유명했던 빵집들이 SNS에 힘입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청주에서는 직지빵으로 유명한 '맥아당제과', 제빵왕 김탁구의 '팔봉제빵점', 제과 기능장이 있는 '바누아투 과자점', 특이한 이름과 가성비로 유명해진 '청주오믈렛(맘스케익)' 등이 빵순이들의 여행 코스에 포함되고 있다.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전문가 못지않은 평가를 내놓는 일반인 식객들도 늘었다. 평양냉면, 라면, 떡볶이, 돈가스, 스시 등 한가지 메뉴 마니아를 자청하며 전국을 대상으로 맛 기행을 떠나는 이들이다. 팔로워나 구독자가 많은 인플루언서의 좋은 평가는 다른 마니아들의 발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SNS와 지역경제 활성화

소위 SNS에서 먹히는 아이템은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비주얼이나 불특정 다수가 인정하는 대중적인 맛이다. 무뚝뚝한 할아버지나 욕쟁이 할머니처럼 주인장의 특이점이 인기 요소가 되기도 한다.

홍보에 목마른 소상공인들을 유혹했던 블로그를 이용한 홍보는 해묵은 마케팅이 됐다. 식도락을 즐기는 대중들은 돈을 받고 쓰는 광고 문구에 속지 않을 만큼 노련해졌다.

좋아서 찍어 올린 사진을 알아보고 개개인이 적은 솔직한 후기에 신뢰를 갖는다. SNS 속 먹거리들이 각광받는 이유다.

새로운 관광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충북도 특정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한다. 개인이 SNS에 기록하고 자랑할만한 무언가가 지역 곳곳에 있어야 한다. 우후죽순 생겨났다 1~2년내에 사라지는 청년몰 등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더 많은 식도락 코스가 마련돼야 한다. 오송역, 청주공항, 고속도로망 등 충북의 접근성은 충분하다. 충북으로 '먹투어' 오는 발걸음이 아깝지 않도록 다양한 인증 장소가 필요하다.

동네 장사라고 동네 사람만 찾는 것이 아니다. 전 국민, 또는 외국인까지 식도락 행렬에 동참한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 있다면 SNS '핫플레이스'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방안을 영세 자영업자들의 운과 노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충북이 '먹방여행'에서 '인싸'의 위치를 선점하려면 지자체가 나서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골목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될 수 있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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