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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보 방류 후 시민 '젖줄' 금강 망가진다

물 말라붙어 조개류 자라 등 수중생물 폐사
친환경 수력발전소 가동 중단, 강 조망권 훼손
시민들 "강물 쓰는 호수공원도 무용지물되나"

  • 웹출고시간2018.02.17 19:05:52
  • 최종수정2018.02.18 17:10:17

설날인 2월 16일 물이 빠진 세종보 아래에서 자라 1마리와 조개 여러 마리의 시체가 발견됐다.

ⓒ 최준호기자
[충북일보=세종] 30만 세종시민의 '젖줄'인 금강이 망가지고 있다. <충북일보 2017년 11월 12일 등 보도>

물이 말라붙으면서 물고기와 조개류 등이 죽어가거나 줄어들고 있다. 강 주변 아파트들의 '물 조망권'은 훼손돼 가고 있고, 친환경적 수력발전소는 무용지물이 됐다.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하나로 세종보(洑)를 만든 정부가,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한 철거 여부를 결정한다며 7년만에 보의 물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 최준호기자
◇낭만 넘치던 강엔 조개 시체 뒹굴고

설날인 2월 16일 오후 4시께 세종시 한솔동 금강 세종보 아래.

오랜만에 포근하고 맑은 날씨였으나, 가뭄철에 찾아온 강처럼 삭막했다. 새똥 냄새와 뒤섞인 물고기·조개류 시체 썩는 악취가 매우 역겨웠다.

넓은 자갈밭 사이의 얕은 물에서는 무리 지은 새들이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솥뚜껑만한 자라 1마리,어른 주먹보다도 큰 조개 여러 마리는 시체로 변해 있었다. 보 옆에 만들어진 친환경형 어도(魚道·물고기길) 4곳도 물이 바짝 말라 있었다.

설날인 2월 16일 물이 빠진 세종보 모습.

ⓒ 최준호기자

설날인 2월 16일 물이 빠진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인근 모습.

ⓒ 최준호기자
보 상류로 올라가자 대부분의 강 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수문 개방 사흘 전인 지난해 11월 10일 당시만 해도 물이 가득 차 있어 낭만이 넘쳐나던 곳이다. 한두리대교와 어우러지는 야경이 아름답던 강 주변 아파트에서 '물 조망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파트가 밀집된 세종보 오른쪽으로 갔다.

수문 개방 전과 달리 보와 보에 딸린 수력발전소에서는 근무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력발전소는 보 수문이 개방된 날부터 수량 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설날인 2월 16일 세종보 수력발전소 모습.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이 수력발전소는 보 수문이 개방된 작년 11월 13일부터 수량 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 최준호기자
◇수력발전소,수상레포츠 무용지물

정부는 지난 2009~11년 금강(연장 13㎞)과 지천인 미호천(연장 4.3㎞)에서 '세종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벌였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총 사업비 2천177억 원을 들였다.

그 결과 전국 16개 보 가운데 하나인 세종보가 만들어졌다.

이 보는 댐과 마찬가지로 홍수 때엔 범람과 침수를 막기 위한 치수( 治水),우기 때엔 물을 가둬 가뭄 때 쓰기 위한 이수(理水)' 기능을 주로 한다.

세종보 수력발전소 건설 효과.

ⓒ 한국수자원공사
보에는 친환경적 소수력(小水力)발전소도 건설됐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이 발전소에서는 1만 1천여명이 1년간 쓸 수 있는 규모의 전력(12GWh)을 생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연간 CO2(이산화탄소) 발생량을 8천300t(소나무 250만 그루분) 줄이고, 유류를 대체하는 효과도 2만 배럴에 이른다고 한다.

수심이 깊은 보 상류 곳곳에는 수상레포츠용 선박을 댈 수 있는 마리나(Marina)도 만들어졌다.

강변에는 자전거도로, 산책로,다목적운동장 ,축구장 등이 딸린 금강수변공원이 생겼다. 정부는 이를 기념,세종보를 금강 8경 중 하나(7경)로 지정했다.

세종시 금강보행교 건설 예정지와 세종보 위치도.

ⓒ 다음카카오

금강 세종지구 종합안내판. 정부는 지난 2009~11년 금강(연장 13㎞)과 지천인 미호천(연장 4.3㎞)에서 세종보를 중심으로 하는 '세종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벌였다.

ⓒ 최준호기자
이들 시설은 보의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돼야 가동되거나 '시너지(상승) 효과'가 난다.

하지만 작년 5월 출범한 새 정부의 4대강 보에 대한 기본 인식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보 설치 이후 녹조류가 발생, 강 수질이 오염된다는 일부 환경단체와 정치권 등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올해말까지 16개 보를 철거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확보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당초 발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세종보는 개방 당시 11.8m이던 수위(관리수위)가 올해 2월 2일에는 8.2m(최저수위)까지 떨어졌다.

개방 후 약 3개월 사이 3.6m(30.5%) 낮아진 셈이다.

댐이나 보·저수지 등 인공호 '수위'는 바닷물 높이를 기준으로 삼는 해발수위다. 따라서 실제 수심은 수위보다 더 큰 비율로 얕아졌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세종보 등 7개보에 대해 단계적 상시 개방에 들어갔다. 정부가 당초 발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세종보는 개방 당시 11.8m이던 수위(관리수위)가 올해 2월 2일에는 8.2m(최저수위)까지 떨어졌다.

ⓒ 환경부

정부가 작년 11월 13일부터 개방한 세종보 등 전국 4대강 7개 보의 수위가 크게 떨어졌다. 사진은 개방 사흘 전인 작년 11월 10일 당시 세종보 상류 모습.

ⓒ 최준호기자
◇"세종호수공원 가동도 중단되나" 우려

세종보 개방에 대한 시민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특히 강 주변 아파트는 물론 오는 6월 착공될 금강보행교의 물 조망권이 훼손되는 데 대한 비판이 많다. 신주희(38·주부·보람동)씨는 "금강 조망권이 마음에 들어 작년말 대전에서 세종시 아파트로 이사왔다"며 "1천억여 원의 많은 돈을 들여 물 없는 강에 만드는 보행교는 '앙꼬(팥소) 없는 찐빵'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염인철(54·회사원·어진동) 씨는 "금강물이 마르면 강물을 퍼 올려 가동되는 호수공원이나 방축천,제천 등도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정부가 작년 11월 13딜부터 세종보를 개방한 뒤 '물 조망권'이 거의 사라지면서 한두리대교(오른쪽)와 어우러지는 인근 아파트의 아름다운 야경이 빛을 읽게 됐다. 사진은 보 개방 전 야경.

ⓒ 행복도시건설청

지난 2011년 8월 세종보가 준공된 직후의 금강 모습 항공사진. 보에 물이 가득 고여 있다.

ⓒ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세종보 인근 아파트 주민 장정환(66·무직)씨는 "보를 개방한 뒤 강이 볼품이 없어져 작년말부터 보 주변 아침 조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일 "세종보 상류 12㎞ 구간에서 올해 1월 20일 철새를 확인한 결과 총 55종 2천401마리가 발견됐다"며 "이는 지난해 겨울 조사 당시( 54종 1천840마리)보다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 보 개방을 유지하도록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정규(62·전 공무원·세종시 대평동)씨는 "물이 줄어들면서 물고기와 같은 먹이가 많이 일시적으로 노출되니 새가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물이 흐르면 여름철에 녹조류 오염은 줄어들겠지만 수중생물이 줄어드는 등 전체적인 강 생태계에는 부정적 영향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

지난 2011년 8월 준공된 직후의 세종보 모습. 뒤의 한두리대교는 마지막 상판 공사가 진행 중이다.

ⓒ 대전지방국토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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