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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과일 깎는 교무실무사 "우린 교육가족 아닌가요"

교육현장서 개인적인 일 처리 식모 취급 만연
"내 도우미 어디갔어?" 교장 발언에 모멸감
교원 주업무까지 전가…관련 교육은 전무
김병우 교육감 '학교업무경감 정책' 졸속 논란

  • 웹출고시간2016.10.30 20:41:18
  • 최종수정2016.10.30 20:41:18
[충북일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교육가족'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하지만 이 교육가족에 끼지도 못하는 부류가 있다. 일선 학교에서 행정보조·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상당수 교무실무사들의 하소연이다.

교무실무사는 일선 학교에 배치돼 각종 공문처리, 학사일정, 교육활동 지원, 행정실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업무 성격이 '보조'이다보니 교원들의 사적인 심부름에 매달리는 일이 허다했다.

도내 한 학교에서 교무실무사로 일하고 있는 A(52)씨.

지난 27일 취재진과 만난 A씨는 자신을 '식모'라고 소개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교무실무사 고용 권한이 학교장에서 교육감으로 넘어가면서 기대에 부풀었다. 교장에게 밉보이면 끝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다.

A씨는 공문처리나 교육활동 지원 업무 외에 '허드렛일'에 상당시간을 뺏겼다.

교장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한 교장은 청첩장을 보내야 한다며 A씨에게 주소록 작성을 주문했다. 특히 인사철에는 '떡'을 돌리기에 바쁘다. 학부모들이 과일이라도 보내오는 날에는 교사들 책상마다 일일이 과일 접시를 놔준다. 그들이 간식을 먹고 자리를 뜨면 빈 접시도 치운다.

교장에겐 이들은 '비서'나 다름없다. A씨는 과거 사무실에서 바지를 꿰매달라는 한 교장을 떠올리면 지금도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다른 학교의 교무실무사 B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B씨는 교장에게 "과일을 예쁘게 깎는 법을 배워오라"는 말까지 들었다. 매주 부장회의가 열릴 때면 다과 준비로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출근해야 한다.

한 교장은 직원에게 "내 도우미 어디갔냐"며 B씨를 찾기도 했다.

또 다른 교장은 출장을 가면서 매일 자신의 사무실 관리를 주문했다. 친절하게도 '화분 물주기', '매일 책상 닦기' 등 업무 목록을 적어주기도 했다.

이런 이들에게 지난 2월 도교육청에서 내려온 '학교업무경감' 매뉴얼은 그저 청천벽력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잡다한 심부름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제는 교원들의 고유 업무까지 떠맡아야 할 판이어서다.

학교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게 매뉴얼의 주목적이다. 하지만 사실상 '교원' 업무를 줄이는 지침이었다.

의전 간소화는 교육감에게만 해당될 뿐이었다. 다른 손님이 오면 시끌벅적한 의전이 여전했다.

여기에 교무실무사는 편·입학 업무는 물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교무, 학적관리, S/W관리 업무 등도 떠안게 됐다. 과거에는 교원들이 주로 이 업무를 처리하고, 교무실무사가 최소한의 범위에서 보조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업무를 맡게 됐는데도 그에 대한 교육이나 연수 프로그램은 없다. 있어도 교원들이 간다.

지난 7월 도교육청이 주관한 교무행정업무 관련 연수는 교원을 위한 사례교육이 주였다. 교무실무사들은 지난 2월 받은 강사 초청 '전화 응대 요령' 교육이 사실상 전부라고 입을 모은다.

도내 교사는 모두 1만2천900여명. 이들을 지원하는 교무실무사는 798명이다.

"우리도 교육가족이고 싶다"는 게 교무실무사들의 하소연이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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