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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명물 직지빵 굽는 '맥아당' 나병일 대표

"직지 알리고 시민 위한 빵 만들고 싶었다"
청주시에 직지빵 만들자 제안 성사
청주·직지 홍보에 일등공신

  • 웹출고시간2015.01.08 17:57:06
  • 최종수정2015.01.08 17:57:06
'빵 굽는 타자기', 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자전적 소설 제목이다.

이처럼 빵을 굽는다는 것은 건조한 사물을 아무 저항 없이 금세 의인화시킬 정도로 가장 인간답고 따뜻한 행위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쌀이 주식이었지만 '빵'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오히려 쌀보다도 더 향긋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린시절 어머니의 빵 반죽이 아랫목에서 부풀어 오르던 기억은 오감이 가장 완벽하던 행복이었다.

오전 11시, 영혼까지 부풀게 하는 냄새가 풍겨오는 빵집 '맥아당'의 문을 열기 전부터 벌써 온몸은 어린아이 같은 즐거움에 취해 있었다.

청주 직지빵

잘 정돈된 진열장 벽면에 한문으로 '直旨(직지)'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전시된 빵들도 '직지'라는 글자를 소중히 품고 있다.

직지빵은 우리 밀과 보리쌀을 혼합해서 만든 제품이다.

영양분이 현미 이상으로 풍부하고 식이섬유가 쌀보다 10배나 함유되어 소화를 촉진해주는 웰빙 보리빵이다.

아이들아, 아이들아

청(靑)보리를 밟아라.

밟으면 밟을수록 돋아나는

청(靑)보리를 밟아라.

-임홍재의 <청보리의 노래>中

보리에 대한 우리 민족의 정서는 아프고, 애틋하다.

가난했던 시절 보릿고개는 넘어야 할 산이었고, 또한 희망의 토양이기도 했다.

맥아당 나병일 대표

맥아당 나병일(53)대표는 "어린 시절 청보리는 정말 황홀했다. 친구들과 오월이면 막 여물기 시작한 청보리를 논두렁에서 구워먹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구수한 향기와 맛은 잊을 수가 없었다"며 "처음 직지빵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어떤 재료를 쓸까 고민하다 보리향기가 떠올라 보리를 소재로 하게 됐다"라고 말한다.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直旨)는 이제 청주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평생 빵을 만들어 온 나 대표가 어느 날, 청주시제과협회장 자격으로 한범덕 전 청주시장과 면담 중에 "청주의 대표 문화유산인 직지를 홍보하고 시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빵을 만들고 싶다"라고 제안하자, 시장이 반갑게 호응하여 성사됐다.

천안의 '호두과자', 경주의 '황남빵'처럼 드디어 청주의 브랜드 빵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청주시에서 디자인 지원을 해주었고, 때마침 '제빵왕 김탁구' 팀에서 섭외가 와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나 대표는 2010년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 시 제빵기술자문과 주요 배역인 팔봉선생, 김탁구, 구일중 회장의 손 대역을 맡아서 더욱 유명해졌다.

맥아당 빵이 깊은 맛과 향을 지닌 것은 나 대표의 삶과 그 빵의 역사가 같기 때문이다.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 형편이 어렵게 되자 초등학교 졸업 후 빵과 관련된 산업학교를 다녔다.

제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1년 동안 처음에는 '나폴레옹제과'에서 일했다.

"학교에서 배웠어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빵 만드는 것은 물론 커다란 규모의 제과점을 운영하는 방법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웠다."

전주 풍년제과, 부산 하얀풍차제과점, 나폴레옹제과 등 유명한 제과점은 모두 섭렵했다.

계량, 반죽하는 것 등 기본을 착실히 다졌다.

이후, 처음 크리스탈제과점을 창업했고 이후 사직동에서 30년간 '맥아당'을 운영하다가 2010년부터 간판을 바꿔 '청주직지빵'을 만들고 있다.

빵을 만드는 맥아당 직원

여기에서 1년에 '24만개의 직지빵'이 전국에 뿌려진다.

직지 홍보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이승훈 청주시장 취임 후, 국비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중앙부처 공무원을 만날 때 손에 든 기념품은 무엇이었을까.

대부분 빈손으로 갔다고 알려졌지만, 빈손이 아닐 때는 직지 넥타이, 직지 빵, 건강 팔찌, 인삼비누, 산삼 배양근 가공식품 등 지역제품을 가져갔다고 한다.

어느덧 '직지 빵'은 이제 청주를 대표하는 빵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매년 대한제과협회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에서 열리는 전국 규모의 '대한민국 동네빵집 페스티벌'에도 직지 빵은 청주를 대표해 참가한다.

찰 보리와 우리 밀을 섞어 소화가 잘 되는 청주 '직지 빵'은 많은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얼마 전, 프랑스 남부 브르타뉴대학 연구팀이 빵 굽는 냄새가 어떤 효과를 발휘하느냐 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그 냄새가 실제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게끔 하는 등 인간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우리 고장 보리빵의 맛과 향기가 지역과 나라의 경계를 허물고 전 세계인의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기를 기원한다.

혹한의 동토 밑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움트는 보리처럼 '직지빵'도 청주의 대표 브랜드로 꿋꿋이 성장해 나갈 것이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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