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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한글은 '한'의 '크다'와 '하나'라는 뜻이 모여진 것인데, 배달민족 고유의 크고 위대한 글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시경 박사는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 등을 통해 현대적인 한글 맞춤법의 근본 원리를 연구했으며, 1926년 음력 9월 29일에 훈민정음 반포 480돌을 맞아 '가갸날'을 정하고,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발표되었다. 이로서 현대적인 한글로 새롭게 선보이고 우리 모두가 한글을 익히게 된 것이다. 지금도 필자는 초등학교 입학식 날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초정리에서 어머니 치맛자락을 잡고 10리길을 걸어 비상초등학교로 들어섰는데, 교장선생님은 드넓은 운동장에 코흘리개 아이들을 앞뒤좌우 1m 간격으로 세워놓고 모래 바닥에 부모와 자신의 이름을 쓰게 했다. 변 상권, 박 춘자, 변 광섭. 나는 또박 또박 이름을 써 내려갔다. 행여 옆 사람의 그림자와 바람의 심술에 묻힐라 조심스레 써내려가던 설레임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세월이 흘러 지금 여기에 서 보니 한글은 실용과 문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디자인과 패션과 문화상품과 문화콘텐츠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글에서 영감을 얻어 드레스나 청바지를 만들고, 회화와 조소 등의 미술 속을 항해하고 있다. 옻칠, 자개, 도자, 장신구에도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새로운 디자인 아이콘이 되었으며, 주방 식기 등의 소품은 물론이고 도시 디자인과 건축미학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캘리그래피를 통해 인간의 감성과 자연의 숨결을 담아내고 글씨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어디 이뿐인가. 이제는 다채로운 컴퓨터 서체가 개발되면서 IT산업과 게임콘텐츠 등으로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한류 드라마와 노래와 뮤지컬 등을 통해 한국의 말과 글이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귀하신 몸이 되기도 했다. 한 권의 책이나 엽서 한 장에도, 홍보물과 도시의 간판에도 불꽃같은 한글의 정신과 예술혼으로 가득한 한글사랑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시노래는 지구상에 한글을 갖고 있는 한국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춤으로 표현하면 어떻고 뮤지컬이나 장대한 교향곡으로 변주하면 또 어떠한가.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 필자는 이상봉씨와 여러 해 우정을 품고 있다.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각보 여인들의 작품에 반한 그가 나를 찾아왔고, 우리는 조각보를 활용한 패션디자인과 한글 디자인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의 한 가운데서 패션쇼를 열었으며, 옛 서울역사에서도 한글과 패션과 디지털이 만나는 융복합 멀티쇼를 개최했다. 그는 한글과 소나무와 조각보가 한국의 문화중심이라고 부른다. 고단하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는 한국인의 역사성을 닮은 소나무의 절개, 서로 다른 천 조각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어린 바느질을 통해 거대한 조각보로 탄생하는 신비의 세계는 오직 한국인만이 풀어낼 수 있는 신화요 전설이며, 삶이요 미학이라는 것이다.

이제 청주가 대한민국 문화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세종대왕 100리길에 한글의 혼과 얼과 예술적 가치를 담을 것이기 때문이다. 숲길따라, 물길따라, 들길따라 한글과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물결칠 것이다. 스토리텔링으로, 공공미술로, 축제와 이벤트로, 문화상품으로, 사랑과 우정으로, 그리고 삶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문화생태계를 다시 그릴 것이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상의 문화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한글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한글이 생활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한글 꽃으로 식탁위를 수놓고 위대한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자개와 한지와 도자기와 가구가 한글을 만나니 품격이 높아지고 멋스러움이 더해지며 사랑미가 넘쳐난다. 그리하여 한글은 삶이라는 무대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한글, 네 눈빛만 보아도 행복하고 살고 싶어지며 작은 쉼터가 되어주는 문화의 숲, 예술의 바다가 되는 그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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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