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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14 17:48: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화산 폭발하는 모습이 이러할까. 슬레이트 지붕을 받치고 있던 지지대를 철거하자 켜켜이 쌓인 먼지가 한꺼번에 용솟음친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보았다면 집에 불이 났거나 보일러 고장으로 터진 배관 사이에서 나오는 수증기쯤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사람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오후 시간이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큰 원성을 사고도 남을 일이었다. 보는 사람도 없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지만 조용한 주택가에 30년 넘게 쌓인 먼지를 털어놓는 마음은 미안하기만 했다.

집수리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은 지 30년이 넘는 주택이어서 겨울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도시가스를 쓰긴 해도 몸을 웅크리고 지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연료비를 아껴보겠다고 보일러를 2시간 간격으로 돌아가게 해놓고 잠을 자면 실내온도가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때도 허다하다. 하루는 어떻게 생긴 집이기에 이렇게 춥게 지내게 하나 하는 생각으로 보일러 스위치를 운전에 놓고 하루를 지내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종일 가동해도 방 안 온도는 18도를 넘어가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 집은 정부가 권장하는 겨울철 적정난방온도를 철저히 지키는 셈이다.

불편한 것은 난방뿐 아니다. 자연 여름에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에 질세라 수도도 가끔가다 얼어 터지거나 물이 질질거려 남의 애를 태운다. 또 있다. 문지방이 썩어서 개미들의 천국이 따로 없다. 특히 딸내미 방이 더하다. 자다가도 딸내미 비명이 들리면 달려가 봐야 한다. 어느 때는 살이 통통하게 찐 바퀴벌레가 기어가는가 하면, 잔 개미 몇 마리 기어가는 것을 보고도 호들갑을 떨어댄다. 너는 다 컸으면서 저런 개미 한 마리 때문에 그 난리냐고 하면 빨리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말로 끝을 맺는다.

시골에 살다가 지금의 집을 사서 이사 나올 때는 억만장자가 부럽지 않았다. 남의 집을 전전하다 내 집 장만했다는 뿌듯함과 지금껏 고생한 보람도 함께 느꼈다. 모아놓은 돈 가지고는 집값이 턱없이 모자라 은행 대출받고, 전세까지 놓으면서 어렵사리 장만한 집이다. 그 대출금 갚느라 적잖은 세월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했다. 집을 살 때만 해도 확 트인 시야, 앞 창문을 열면 화단에 피어나는 야생화가 반기고, 금천 뜰에 자라는 싱싱한 벼 포기를 볼 수 있었다. 또 푸른 들판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은 선풍기를 틀지 않고도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앞도, 옆도 막히고, 만삭의 몸 부끄러워하던 벼 이삭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높고 촘촘한 아파트가 군락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박순철 약력

충북 괴산 출생
동양문학 신인상 당선(1990년)
월간『수필문학』천료(1994년)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수필문학충북작가회장,
충북수필문학회부회장 역임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2004년)외 다수
수필집『달팽이의 외출』『예일대 친구』

아내는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졸랐다. 나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파트 생활은 편리하기는 한데 갑갑할 것 같다. 단독주택은 문만 열면 화단에 자라는 싱싱한 꽃들을 감상할 수 있고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데,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파트는 흙냄새조차 느끼지 못하게 할 것 같아 싫었다.

당시 아내 말을 따랐다면, 웬만한 아파트 두 채와 바꾸고도 돈이 남았지 싶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상전이 벽해가 된 꼴이다. 이 집 팔아서 쓸만한 아파트는 살 수가 없다니 그저 씁쓸할 뿐이다. 하지만 후회는 않는다. 성격상 아파트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나의 단점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기왕에 오래 살 집이라면 겨울에 춥지 않게, 좀 편리하게 살 수 있게만 해달란다. 그래서 시작한 집수리가 이렇게 커질 줄은 생각 못했다. 처음에는 난방이나 고쳐서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만 있으면 하고 시작한 수리였다.

난방을 손보려고 하니 수도가 걸리었다. 그러잖아도 낡은 배관이 가끔 속을 썩였었는데 이참에 걷어내고 다시 깔아야 할 것 같았다. 난방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벽에 스티로폼을 넣어야 한단다. 그러려면 바닥을 들어내야 하니 개미가 득시글거리는 문지방도 갈아야 하고, 그러면 자연 문짝도 바꾸어야 한단다. 기왕 손대는 김에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수리 내지,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부엌에 있는 싱크대도 낡고 협소하다며 바꾼다고 하기에 그러자고 했다.

집수리 시작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 내가 보기에는 멀쩡한 문짝이나 창문을 뜯어 부숴버리니 무척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방을 모두 뜯었으니 기거할 곳이 없었다. 딸내미는 친구가 같이 지내고 싶다고 하기에 그리 보냈다. 우리는 마침 앞집에 쓰지 않는 방이 한 칸 있어서 당분간 그곳에서 기거하기로 했다. 꼭 필요한 물건만 옮겨놓고 생활하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집수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번에는 사랑방 통로에 비 가림으로 설치한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자고 부추긴다. 슬레이트에는 석면이 많이 들어있어서 몸에 해롭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개인이 폐기하기에는 절차도 복잡하고 그 비용도 만만찮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업자들은 교묘했다.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이면 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둔 것 같았다. 한 가지씩 수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귀가 솔깃해졌고 또 새것 옆에 우중충한 게 버티고 있으면 보기도 싫었다. 돈 들여서 보기 좋지 않은 게 어디 있겠는가. 지나가던 이웃들이 들여다보고 잘 되었다고 하니 기분은 좋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더 났다는 말이 있다. 집수리하면서 이웃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소음과 먼지가 진동해도 말 한마디 않는 이웃, 페인트가 남았다고 가져다주는 이웃, 한 달 가까이 방을 빌려주고도 방세를 거절하는 이웃, 나는 이런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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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