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역대 최대 산불로 기록된 경상북도는 총피해 면적 9만 9,289㏊에 2,246세대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 3,819동은 물론 농기계 1만 7,265대가 전소되었으며 사과, 마늘, 복숭아를 포함한 농작물 피해면적도 2,003㏊에 이른다.
농사철을 앞두고 망연자실한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107개 시군, 농업기계 안전전문관 188명이 트랙터, 관리기, 피복기 등 162대를 동원해 농작업에 나섰다. 고추, 콩, 참깨 정식을 위한 로터리 작업과 두둑 만들기, 비닐덮기 등 219 농가, 135㏊의 밭농사를 기계화함으로써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97만 4천 농가에 농가 인구는 200만 4천 명으로 총인구의 3.9%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농가 고령인구 비율은 55.8%에 이르고, 농가 경영주 중에서 70세 이상은 50.8%로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이러한 농가 인구의 절대적인 감소와 심각한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는 악화 일로에 있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농업기계화로 귀결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지면적을 보면 2003년 184만 6천㏊에서 2024년 150만 5천㏊로 지난 20년간 18.5% 감소했다. 이 중 논 면적은 같은 기간 동안 112만 7천㏊에서 76만 1천㏊로 32.5% 감소했으나, 밭 면적은 71만 9천㏊에서 74만 4천㏊로 오히려 3.5% 증가해 밭농업 기계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논농업 기계화율은 99.7%로 육묘에서 수확까지 거의 기계화됐으나, 집약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 밭농업 기계화율은 2023년 현재 67%로서 여전히 낮은 실정이며 파종과 정식은 18.2%, 수확의 경우는 42.9%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밭농업이 논농업에 비해 기계화가 더딘 이유는 콩, 마늘, 감자를 비롯해 작목이 많아 다품목의 농기계가 요구되고, 지역별로 이랑 너비나 포기 간격 등 재배양식이 달라 제한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밭작물의 파종과 정식은 정밀작업이 요구되고 수확 시 상품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연유로 농기계업체도 소량, 다품목 농기계의 경우 채산성이 낮아 연구개발과 양산을 기피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밭 면적의 3분의 2 정도는 7% 이상의 경사지로 논보다 경사지가 많고, 경작 규모도 작아 0.3㏊ 미만의 농가 비율이 마늘은 87.3%, 양파는 77.4%, 감자의 경우는 94.5%에 달해 농기계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다. 근원적으로 논농사의 기계화율이 급속도로 높아진 것은 경지정리가 선행됐기 때문이므로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밭 기반 정리사업이 선행되어 농기계 작업이 수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밭농업 기계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밭작물 기계화 시 10~20% 정도 수확량이 적어지므로 재배양식을 표준화하고 정교한 수확으로 상품성과 수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술을 보완해야 한다.
농업기계 R&D와 기술혁신을 뒷받침하는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마늘, 양파. 배추, 감자, 콩, 고구마, 고추, 무 등 8대 밭작물을 중심으로 기계화를 서두를 계획이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는 마늘과 양파의 기계화 재배모델 개발과 보급을 우선 추진하고 타 작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고가의 농기계 구매 부담을 덜어주고 밭농업 기계화 촉진을 위해 2003년 시작되어 전국 147개 시군, 455개소에서 운영 중인 농기계 임대사업의 예산 지원 확대는 물론 역량을 갖춘 농업기계 전문가를 추가 배치하여 농기계 활용기술과 함께 농작업안전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앞으로 공공과 민간부문이 협력하여 밭작물 농작업 단계별로 파종, 정식, 수확 기계 개발을 촉진하고, 밭 정비 작업을 통해 농기계 활용도를 높여 나간다면 노동력을 줄이고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밭농업 기계화가 미래농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