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에 평생학습관에 간다. 지난해에 양성평등 전문가 과정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심화 과정이 개설됐다. 수요일마다 다른 과정을 배우는 중이라 망설였는데 같이 가자는 지인의 말에 설득당한 부분도 있지만 양성평등에 대해 아직도 모호한 입장인 나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양성평등(兩性平等)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인 차이를 인정하면서 인격적으로 차별 없이 평등하게 존중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당연한 논리이다.
양성평등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여전히 찬반 토론이 뜨겁다. 나 역시도 양성평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더 노력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알게 모르게 남성 중심의 가정에서 자랐고 그렇게 교육받았고 처한 환경에 순응하며 살다 보니 습관처럼 아직도 인식 변화가 쉽지는 않다.
우리 집에서 아버지의 말씀은 그대로 법이었고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아버지께 헌신하고 순종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그렇게 익숙해졌다. 어려서부터 모든 집안일은 나와 여동생이 했고 집안의 장손인 남동생을 위해 학업도 포기해야 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에는 '나'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MBTI 성격유형을 확인했다. MBTI는 개인의 성격 유형을 확인하는 심리검사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에 인터넷으로 해 봤던 검사인데 이번에는 지면으로 검사를 했다. 재미로 해보는 검사지만 16가지 성격 유형별 특성을 확인하면 신기하게 내 성격과 들어맞는 것 같다.
이번 검사 결과에서는 ISFJ로 나왔다. 예전에는 ISTJ로 나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 성격도 변한 것 같다. 내성적인 성향이 더 커지고 밖으로 나가서 활동하기보다는 집안에서 반려 식물을 키우며 혼자만의 생활에 안주하다 보니 감성적인 성향으로 성격도 바뀌는가 보다.
성격 검사를 통해 내 성향을 확인하니 현모양처란 말이 문득 떠오른다. 예전에는 '현모양처'란 말이 전업주부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인식되기도 했는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증가하면서 현대적인 현모양처의 모습은 과거의 전통적인 의미와 많이 달라졌다. 무조건 희생하는 것이 아닌 가족과 함께 균형 있는 가정을 이루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면 그게 바로 요즘의 현모양처일 것이다.
친정어머니의 삶은 가족들을 위한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 순종의 삶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런 어머니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삶이었을지 이해할 수 있다. 딸만 둘을 키운 내 모습은 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문득 궁금하다. 나 역시도 그리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지는 못한 것 같다. 우리 딸들은 도전적이고 당당하게 삶을 개척하며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