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민간 임대아파트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임차인들에게 우선 분양한다. 저렴한 임대료로 살다 분양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런 목적의 임대아파트에서 서민이 밀려나고 있다. 민간 임대사업자가 의무기간 종료 아파트를 고분양 전환하기 때문이다.
충북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높은 분양가 때문에 시끄럽다. 최근엔 청주동남지구 대성베르힐(동남대성베르힐)이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 분양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적정 분양가 촉구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이 아파트는 청주시 상당구 호미로14 일원에 위치하고 있다. 1·2단지 1천507가구로 구성됐다. 5년 임대 후 분양 전환 방식으로 2020년 6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오는 5월 31일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난다. 대성건설은 2023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국토교통부 평균 실거래가와 주변 시세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산정했다. 그 결과 75㎡는 3억6천100만~3억8천200만 원, 84㎡는 4억 3천900만~4억 6천만 원으로 분양가를 고시했다. 임대 계약 당시 조건에 따라 기존 임차인이 아파트를 매입하도록 우선 부양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앞서 밝힌 대로 높은 분양가 때문에 임차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물론 다소 저렴한 임대 보증금과 월 임대료, 주변 같은 평형대 아파트 현 시세 등과 비교하면 적정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도 임차인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분양가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청주시가 중재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민간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이 이처럼 높게 책정되는 이유는 있다. 임대료 책정과 관련한 별다른 규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 임대아파트는 저금리 대출 등 국민 세금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런 규제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임대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꼴이다. 그러나 공공 임대아파트는 다르다. 5년 임대일 경우 건설원가와 감정가의 평균에 감가상각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정한다. 10년 임대는 감정가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 이런 규제에 따라 통상 주변 시세의 80%선에서 분양전환가격이 책정된다. 이 아파트 임차인들은 대성건설의 일방적인 고분양가 책정에 분노하고 있다. 정치와 행정, 법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 상 민간 임대사업자는 분양가격을 일방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임차인들의 분양 거부에 대한 대응기간도 부족하다. 모든 게 임차인에게 불리하다. 우리는 대성건설이 임차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국회가 관련 법안을 마련해 해결할 수도 있다. 민간 임대아파트 분양가 전환문제는 계속 제기돼 왔다. 이미 입법 발의된 법안도 있다. 국회가 빨리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지금 당장 해결 방법은 아니다.
임대아파트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다르지 않다. 중요한 건 취지에 맞는 적정한 분양가다. 현실적이지 않다면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게 순서다. 그리고 청주시는 이참에 민간임대 관련 사항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분양전환에 따른 건설사의 각종 의무 사항을 세밀히 감독해야 한다. 그래야 혹시라도 위법이 생기면 관용 없이 관련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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