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엔 권력의 민주적 분화가 필수다

2025.02.24 19:08:02

[충북일보] 각계에서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다. 먼저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대표들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이 나섰다. 국회에 개헌 과제를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도 개헌을 주장했다. 김부겸 전 총리 등 민주당 내 비명계 야권 잠룡들도 가세했다. 24일엔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전문가, 활동가 등이 모인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개헌행동)이 창립대회를 열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 이후 38년간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개헌을 주장하는 의견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야 원로들과 여당, 특히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이 대거 나선 일은 없었다. 물론 서로 주장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다. 그래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국회의 권한 축소에도 비슷한 의견이다. 현행 헌법은 5공화국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통제장치를 뒀다. 가장 먼저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꿨다. 임기도 7년에서 5년 단임으로 단축했다. 국회해산권 역시 삭제했다. 대신 국회를 1년에 150일까지만 개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없앴다. 국회의 상설화에 기여한 셈이다. 국정감사권 부활 등 대정부 견제 권한도 강화했다. 당시에는 이처럼 대통령의 권한 축소와 국회 권한 확대가 모든 걸 해결할 줄 알았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여소야대인 21대와 22대 국회에서 정부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모든 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뜻대로 운영됐다. 잦은 탄핵은 물론 헌정사상 처음으로 예산안이 일방적으로 감액 처리되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도 종결된다. 나라 걱정하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지탱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정치는 여전히 국민을 나몰라하고 있다. 국민들의 걱정 덕에 나라가 유지되고 있는 꼴이다.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뀌었다. 헌법이 문제라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개헌은 내용과 시기가 중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과 국회의 무소불위다. 폐해를 막을 권한 축소형 권력 구조 개헌이 필요하다. 국민 정서상 대통령제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하되 대통령의 권한 축소는 필수다. 동시에 견제·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 국회의 입법 폭주를 막는 방안도 헌법에 담아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 대폭 축소,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포함해야 한다. 국회에는 내각 불신임권을, 대통령에게는 국회 해산권을 부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일방의 폭주를 막고 상호 견제와 협치가 가능해져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내려놓기가 필수다. 세상에 착한 권력은 없다. 한 번 잡은 권력은 내려놓기 힘들다. 권력을 잡는 순간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권력의 끝은 늘 허망했다.

정치의 제도적 틀을 다시 생각할 때다. 개헌을 통한 권력의 민주적 분화를 미루기 어렵다. 역대 수많은 권력자들이 불행한 끝을 맞았다. 근본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을 리셋(reset·재설정)할 적기다. 국가 리셋은 개헌에서 출발하는 게 마땅하다.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확실한 통제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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