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결코 일어나선 안 될 비극적 참사가 또 발생했다. 지난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여객기가 추락했다. 태국 방콕 발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 중이었다. 하지만 활주로를 이탈했다. 여객기는 곧바로 화염에 휩싸였고 동체는 두 동강이 났다. 이 사고로 탑승객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다행히 승무원 2명은 구조됐다. 안타깝게도 나머지는 사망했다. 국적기로는 2013년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이후 11년 만이다. 국내 공항에선 2002년 김해공항에서 중국 항공기 추락이후 이후 22년 만이다.
먼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청천벽력 같은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고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추정일 뿐 정확한 내용은 아니다. 블랙박스 등 분석이 끝나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안공항은 그동안 조류충돌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공항 주변에 철새 도래지가 산재해있다. 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착륙 전 관제탑에서 조류충돌 경보를 보냈다. 1분 뒤 조종사가 조난신호를 선언했다. 탑승객이 가족에게 보낸 카톡에서도 조류충돌 사실이 확인된다.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는 내용이다. 이런 저런 점을 고려할 때 사고 여객기에서 조류 충돌이 있었던 같다. 실제로 항공기가 300㎞ 속도로 착륙할 때 몸무게 900g의 새와 충돌하면 순간 충격이 4.8t에 달한다고 한다. 조류 충돌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팬 블레이드가 파손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랜딩기어의 작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조류충돌이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철새의 텃새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철새가 텃세화가 된 사례는 많다. 대표적으로 가마우지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월 청주공항에서도 항공기 이착륙 중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여객기는 조류충돌로 인해 공항으로 회항해 긴급 안전점검을 받았다. 5월에도 조류충돌이 있었다. 현재까지 조류 충돌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US 에어웨이즈 1549편이 착륙 전 철새와 충돌해 양쪽 엔진이 파손됐다. 문제는 국내 공항에서도 조류 충돌이 종종 발생하는데 있다. 국내 공항의 전체 조류 충돌 건수는 2019년 108건, 2020년 76건,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지난해 152건이다. 적지 않은 숫자다. 김해공항이 가장 많다. 인근에 을숙도, 김해 화포천, 창원 주남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가 많은 탓이다. 상시 조류 충돌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청주공항도 다르지 않다. 인근 미호강과 무심천, 대청호, 다수의 저수지가 산재해 있다. 철새들이 찾기 좋은 조건이다. 조류충돌은 비행기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조류 퇴치는 중요하다.
계엄과 탄핵 정국, 여기에 항공기 추락사고까지 덮쳤다. 국민적 우려와 불안감이 작지 않다.·정부가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매뉴얼에 따라 조류충돌에 대비하고 있는지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어느 공항이든 새떼와 충돌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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