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1·2심 재판에서 당선무효나 자격상실에 해당하는 형의 선고를 받고도 목소리를 키우는 정치인들이 많다. 일반 국민들이라면 얼굴조차 들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조작·탄압이라는 핑계를 내세우며 대법원 판결까지 끌고 간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감만 깊어지고 있다. 헌법은 누구나 3심까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이더라도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가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재판지연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윤미향 전 의원 재판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사기·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만이다. 윤 전 의원은 2011~2020년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모금한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윤 전 의원에 대한 재판은 1심부터 '재판지연' 논란 중심에 섰다. 국회의원은 임기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윤 전 의원은 법원판결이 늦어지면서 4년 임기를 다 채웠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2020년 1월 기소됐지만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러는 사이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22대 때도 의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22년 9월 기소됐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1심 선고는 26개월 만인 지난 15일에 나왔다. 이 대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민심은 둘로 갈라졌다. 민생은 뒷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파병,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미래 불확실성과 요동치는 국제정세는 이재명 대표 재판 속에 파묻힌 지 오래다. 선거사범은 아니지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재판도 지연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조국 대표는 자녀들의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2019년 12월 기소됐다. 2023년 2월 1심 판결을 거쳐 1년 뒤 열린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 후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22대 국회의원이 됐다. 조국 대표의 경우 항소심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역시 국회의원직을 잃는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선거사범 재판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강행규정을 지켜달라는 권고문을 일선 법원에 보냈다고 한다. 취임 때부터 '재판지연' 문제해결 의지를 보인 조희대 대법원장의 결단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270조는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다. 법원은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의 경우 다른 재판보다 먼저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 판결 선고는 1심에서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마무리돼야 한다. 바로 선거사범 6·3·3 신속재판 원칙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재판이다 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늦게나마 조희대 대법원장이 선거사범 6·3·3 신속재판 '강행규정' 적용을 천명한 만큼 법원의 변화가 기대된다. 여기에 선거사범이 아니더라도 정치인 범죄를 심판하는 일반 형사재판에도 신속재판 원칙이 적용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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