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커피전문점의 드라이브-스루(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를 지나는 손님이 뒷사람을 위해 미리 계산해 주는 짧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대부분은 뒷사람이 누구인지도, 무엇을 얼마나 주문했는지도 모른 채 그저 "Pay it forward"라고 말하며 카드를 내밀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커피를 받고 또 이어서 사준다니 도대체 어떻게 시작된 일일까· 흥미롭게 느껴져 관련된 영상들을 좀 더 찾아봤다. 시작은 누군가의 대가 없는 호의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좋은 일이 있어서, 각자 이유도 다양했다. 얼굴도 모르는 앞차로부터 호의를 받은 사람들은 대개 뒤차를 위해 자신의 카드를 내민다. 출근길에 기대치 못하게 받고 전해준 작은 호의 덕분에 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주문을 받는 종업원도 모두 웃음을 띠고 있다. 작은 행복을 서로에게 선사해 준 셈이다.
더 진한 감동 스토리도 있었다. 미국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리즈는 어느날 새벽, 퇴근길에 식사하러 들어온 소방관 두 명을 만난다. 식당을 들어오는 모습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고된 밤 근무를 마쳤는지 짐작할 수 있었던 리즈는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소방관들의 식사 비용을 대신 계산하고, 우리를 위해 애쓰는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작은 메모지에 적어 전했다. 감동한 소방관들은 이 이야기를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이후 리즈와 연락을 이어나가던 소방관들은 리즈의 아버지가 심각한 병에 걸렸으나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사연 역시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였다. 그러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금하여 결국 리즈 아버지는 비용 걱정 없이 수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의 수술 비용 마련을 위해 어렵게 돈을 벌어 생활하는 리즈가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준 것도 아닌 소방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pay forward'를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움직인 많은 사람이 역시 'pay forward'를 통해 리즈의 아버지를 도운 것이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호의를 베푼 당사자에게 감사함을 전달한다. 이것을 영어로는 'pay back'이라 표현한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개는 받은 만큼의 정성을 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호의와 감사가 여러 차례 교환되면서 긍정적 관계가 정립된다. 반면 호의를 받고 그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질타한다. 호의를 받았으면 다시 갚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누군가의 호의를 받은 후 나에게 호의를 베푼 그 사람에게 갚는 것이 'pay back'이라면 나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받은 호의를 되돌리는 것이 'pay forward'이다. 호의의 'pay back'을 정확하게 이행하는 사람은 합리적이고 경우가 바른 사람일 것이다. 받은 은혜에 대해서 확실히 감사함을 표하는 선순환이 서로 간의 관계에서 계속 이루어진다면 합리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사회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계의 법칙이 전제인 세상에서는 누군가에 의해 호의가 선행(先行)되지 않는다면 선행(善行)의 선순환은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호의를 베푸는 자와 수혜자가 일대일로 대칭되는 'pay back' 법칙보다 내가 받은 호의를 얼굴 모르는 누군가에게 베푸는 'pay forward'로 시작되는 관계가 널리 이루어지는 세상을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