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가 만드는 녹색 소비의 길

2025.05.12 15:25:23

문승민

세명대 교수

2025년 5월, 제천시는 일상 속 환경 보호 실천을 장려하기 위해 개인컵(텀블러)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제공하던 할인 금액을 기존 500원에서 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매장 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소 1,100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소비자들이 1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개인컵을 사용하는 데 큰 유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필자처럼 하루에도 여러번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커피 한잔을 무료로 마시는 것에 가까운 체감적 혜택이 있어, 친환경 소비 실천의 문턱이 낮아 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조치는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조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인컵(텀블러) 할인 제도로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줄 수 있지만, 1회용 컵의 재활용률이나 회수율은 높일 수 없고, 폐기물 감축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제천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과제는 '1회용컵 보증금제도'의 본격적인 도입을 제언해 본다.

대한민국은 '카페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커피 소비와 관련된 인프라가 매우 밀집된 나라다. 통계청의 「서비스업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커피 전문점 수는 10만 6천여 개를 넘어섰으며, 이는 편의점 수의 두 배를 초과한다. 아쉽게도 현재 카페에서 일회용컵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는 부재하다. 그러나 커피 소비가 활발한 만큼, 이와 연동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2020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1회용컵 보증금제를 법제화하였고 2022년 말부터는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시범적으로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시범사업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제주도에서는 컵 반환율이 70%에 가까운 성과를 보였으나, 이후 정부는 제도의 전국 확대를 보류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기는 형태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지역은 시행을 유보하거나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실질적인 감축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천시는 이미 친환경 생활을 장려하기 위해 개인컵(텀블러) 할인 제도를 강화해 선제적 대응 의지를 표명하였으며, 보증금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에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자체의 규모 면에서도 정책 실험에 용이하고, 시민들의 환경 인식 역시 높아 제도 도입에 대한 수용 가능성이 높은 편으로 판단된다. 또한 제천시는 2016년 생태관광부문, 2017년 자원순환부문 2018년 공동주택 폐비닐 무상수거 및 자원화 사업에서 환경대상을 수상한 저력이 있다. 따라서 단순한 할인 방식에서 벗어나 보증금제도를 정착시키면, 소비 습관의 전환을 유도하는 동시에 구조적 폐기물 관리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이 제도는 단지 환경 보호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컵 회수 시스템 운영, 수거 및 세척 등 다양한 부문에서 지역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며, 자원순환도시로서 제천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법적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고, 실현 여부는 지방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다. 제천시가 선도적으로 보증금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는 단지 지역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 제도 확산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 문화의 정착의 선두, 제천시가 그 첫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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