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섬의 변신

2023.07.13 17:33:59

2창수

아티스트

나오시마란 섬이 있다. 과거 쓰레기 섬이라 불리며 주민들은 불편하게 살았고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찾지 않는 섬이었다. 그러나 이 섬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섬 중 하나가 되어있다. 단순히 정신착란증세를 보이며 눈앞에 점들이 떠다닌다는 유명 미술가의 작품 때문만은 아니며, 풍광이 아름답고 기후가 좋아서도 아니다. 유명해진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여러 요인이 모여 함께 만든 것이다.

나오시마는 인구 3천 명의 작은 섬이다. 면적은 8㎢로 여의도 정도 크기의 섬이다. 1917년 미쓰비시 중공업이 구리 제련소를 세우면서 발전했지만, 중금속 제련에서 발생 되는 각종 중금속 폐기물로 인해 섬의 환경은 파괴되었다. 중금속 오염은 철보다 무거운 중금속이 환경으로 배출되면서 생겨나는 오염이다. 중금속 오염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는 미나마타병과 이타이이타이병을 들 수 있다. 미나마타병은 공장에서 배출한 수은에 중독된 물고기를 먹은 사람의 몸에 축적되어 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병이 생기면 말초신경, 운동신경, 시신경 마비 등으로 나타나며 정상적 활동이 불가능하게 된다. 1900년대 초기에는 산업의 발전에만 관심이 있었지 환경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금속 제련의 유행이 지나고 산업의 변화로 더 이상 나오시마는 오염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환경 폐기물이 가득한 쓰레기 섬으로 남게 되었다.

도쿄에서 근무하던 후쿠다케 소이치로는 갑자기 군소도시인 오카야마시로 오게 된다. 아버지의 유산으로 가업을 승계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골 도시의 답답함에 불편했지만, 거기에서 대도시와 다른 인간적인 면을 보게 되고 이런 영감을 담아 회사명까지도 바꾸게 된다. 베네세로 약칭해서 부르는 이 회사명은 라틴어 Bene(잘)와 Esse(살다)에서 유래했다. 더 함께 다 같이 잘 살자라는 의미로,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는 가치를 추구하고 이룬 가치를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기를 원했기 때문에 바꾼 것이다.

1980년대 이미 섬의 절반 가까이 매입하고 예술 박물관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1997년 나오시마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더 어려운 처지가 되었고 후쿠다케 회장은 안도 다다오 건축가와 함께 이 섬을 예술 섬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이때 만든 것이 이에프로젝트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섬 곳곳에 빈집을 만들게 되었고 마을 곳곳에 있는 빈집은 마을 자체를 황폐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빈집 7군데를 유명작가들과 협력하여 미술관과 같은 집을 만들었다. 이곳을 관리하고 운영은 지역주민들이 하고 있으며 지역주민과 지역 미술관의 상생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나오시마 섬은 3천 명의 인구지만 연간 방문객은 50만 명이 된다고 한다. 1인당 3만 원의 소비로 계산하면 150억 정도의 매출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런 계산이 맞는다면 특별한 산업시설 없이도 예술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섬의 특유한 폐쇄성은 이곳에서 선박 운항 시간에 맞추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소비의 예상 수치만 보더라도 지역경제의 상당히 많은 이익이 될 것이다. 이런 이익은 결국 지역주민의 생활과 섬의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

문화와 예술 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편을 감수하는 방법을 길러야 한다. 인내와 불편에 크게 반응하는 오늘의 사람들을 보면 나오시마 섬과 같은 한국의 시도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안도 다다오 만큼 훌륭한 건축가가 없거나 좋은 기획자, 예술가가 없어서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불편하고 덜 화려해도 자세히 보는 여유와 본 것을 마음에 담고 곱씹어 사고하는 문화적 자산 없이는 뭐든지 실패한다. 기획자는 주민을 주민은 예술가를 고려하고 진행된 나오시마 예술 섬의 시도는 그래서 세계 7대 섬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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