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연풍 현감 김홍도의 조선 르네상스

2022.12.08 17:11:54

2창수

아티스트

단원 김홍도는 당시 가장 유명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중국에 기대어 중국식 그림을 재현하는 일에 멈춘 것이 아니라 당시 유행했던 사실적 문학 이론을 그림으로 전하는 일도 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풍속도이다. 사진이 발달 된 오늘, 풍속도의 모습에 감흥을 느끼기 어렵지만, 당시 일반인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는 시도 자체가 파격이었다.

강세황의 도움으로 김홍도는 도화원 화원이되었다. 도화원은 국가에서 관장하는 궁중화가 관리소였다. 궁중의 다양한 기록적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고 사진이 없던 시기에 글로 모두 정리 못 하는 또다른 기록을 주관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김홍도는 그림을 그리며 다양한 선진 그림을 접하게 된다. 본래 뛰어난 그림 솜씨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곳에 뽑혔겠지만 1781년 어용화가가 되어 정조를 그리게 되었다. 사실적 묘사의 실력은 여행을 가지 않고도 그곳을 잘 옮겨 그려 놓으면, 관광을 갔다 오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먼 곳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김홍도는 비밀리에 1789년 일본의 지도를 그려오라는 명을 받고 스승 김응환과 함께 일본 밀사로 가게 된다. 그런데 스승 김응환은 병으로 죽게 되었고 혼자 대마도로 가서 지도를 그려왔다. 일종의 일본에 대한 염탐이 주요 목적이었던 듯하다. 김홍도가 일본을 가게 된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뛰어났던 이 사건을 통해 새로운 가설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그림으로 일컫는 그림이 '우키요에(浮世繪)'이다. 일식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사무라이의 모습이나 후지산의 모습을 판화로 표현한 그림이 우키요에다. 이런 우키요에 그림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사람이 '도슈사이이 샤라쿠(東洲齋寫樂)'다. 그는 갑자기 나타나 10개월간 140여 점을 그리고 갑자기 사라졌다. 그렇기에 그는 예명을 사용하며 그림을 그리다 사라졌거나 아님 다른 나라 사람이 와서 그림을 그리다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로 실체가 있는 전설이 되어있다. 그의 활동 기간은 1794년 5월~1795년 2월까지이다. 김홍도는 발가락이 6개였다는 설이 있는데 샤라쿠도 발가락이 6개라는 설, 일본에 간 기간과 완벽히 맞지는 않으나 유사한 시기에 일본에 있었으므로 일부 가설은 김홍도가 예명으로 10개월간 일본에서 활동하다 귀국했다는 설도 있다. 김홍도의 말년 기록이 없다는 것도 일본으로 가서 활동해서 그럴 것이라는 추측과 상상으로 사건을 사실처럼 더해준다.

김홍도는 1791년 정조의 초상을 그렸고 이 공을 인정받아 충청북도 괴산 연풍의 현감으로 가게 된다. 충북에 있는 동안 충북의 명승을 돌아보며 그의 특별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1796년, 병진년화첩(보물 제782호)을 만들었다. 20면으로 된 화첩은 단양 8경인 사인암을 그린 것이며 도담삼봉, 영랑호등과 같은 풍경, 산수 인물화, 화조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연풍은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그리 큰 도읍은 아니었던 곳이다. 가뭄으로 흉년이 계속되자 관아 곡식을 나누어 구율에 힘을 썼다고 하였으나 그를 헐뜯는 무리가 다른 이야기로 그를 모함했다. 백성들의 중매에나 신경 쓰며 젊은 병사들에게 사냥을 시키는 일에 열중한다는 모함으로 관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본업인 그림 그리는 일을 다시 하였다. 1800년 정조가 승하하고 순조가 왕이 되면서 김홍도 역시 중요한 일에서 배제되며 쓸쓸한 말년을 보내게 되었다.

서양이나 조선이나 새로운 사고는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나온다. 새로운 문화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일상이 만들어 놓은 삶의 방식을 다른 세대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다듬어 만드는 것이다. 김홍도가 유명해져 연풍 현감으로 짧게 있었더라도, 지역에 매몰되어 관광 상품 만드는 것보다 정신을 찾고 조명하는 것이 르네상스의 해석에 보다 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지역의 문화르네상스는 정신을 찾는 일을 먼저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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