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무너진 초가

2020.12.13 17:54:27

무너진 초가
                             성낙수
                             충북시인협회




뭔가를 위한 솟구치는 본능에
생생하게 버텨 굳건히 지낸 일로
어느 누구도 언급 하지 않아
거북등으로 살아 무너져 내릴 줄 몰라
흐르는 물길 따라 힘겹게 기울어
황토의 속살 보여 민망하게 살아
엉켜 있는 거미줄에 걸려 말라버린
색깔 바랜 해묵은 기억의 잠자리
갈라치기에서 겨우 잃지 않아
별 혜택 없이 해질녘 보내
묵은 햇살은 벽을 핥아 내어
다 망가진 거적을 주워 모아
절레절레 고개 흔들어 가는
시간, 붙잡아 매 둘 곳간 없어
서툰 솜씨 발휘해 생명을 불어
눈대중으로 대충 맞춰 구부러짐 없이
종잇장 휘날리듯 기원해 만들어
오금 저려와 제 자리에 멈춰
짜릿함을 만끽하지 못해 밀려
상대의 약점을 노려 이기려 하지 않아
상대의 강한 곳을 공격해 지고 말아
입 닫아 속마음 보이지 않아
불통으로 헛고생을 해 허기져
빗물 처마로 골 지어 소란스럽게
성질내 화풀이 하고 있어
어눌한 말투로 천천히 다가와
진지하게 낯선 표정으로
뒤란으로 무너져 날리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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