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 구석에 있는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었다. 경로당 출입구에 걸려있는 '무더위 쉼터'라고 적혀있는 푯말의 의미가 무색해보였다.
이 곳보다 노인들이 많은 큰 규모의 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매일 정해 놓은 시간에만 에어컨을 튼다고 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걱정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로당에 지원하는 냉방비는 7∼8월 두 달간 고작 10만원. 한 달에 5만원만 가지고 무더위를 버텨야 한다.
9월에는 냉방비가 아예 지원되지 않는다.
경로당에서 만난 한 노인은 "에어컨을 자주 켜면 전기요금이 35만원 이상 나와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도내 어느 경로당이든 비슷하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경로당 4천51곳 가운데 에어컨이 있는 곳은 2천820곳에 불과하다.
1천200여 곳의 경로당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오롯이 온몸으로 '찜통'더위를 견디고 있다.
반면 청주시내 대형 상가들은 에어컨을 틀어놓고 문을 활짝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우려해 정부와 지자체가 이 같은 영업방식을 단속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손님을 끌기 위한 영업방식인데, 효과가 있어보이진 않는다.
문을 열고 냉방영업을 하다가 적발되면 처음에는 경고 조치되지만, 이후 1회 위반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 4회 이상 30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사정이 이런데도 업주들은 "문을 열지 않으면 손님들이 절반가량 준다"며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공사 충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1일(354만㎾)을 시작으로 지난달 25일(361만㎾), 지난달 26일(364만㎾), 지난 8일(366만㎾) 등 모두 4차례나 도내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2013년 320만6000㎾, 2014년 324만4000㎾, 지난해는 342만3000㎾ 수준이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11일부터 매장, 점포, 사무실, 상가, 건물 등의 관련 사업자를 대상으로 개문냉방 단속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최대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