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두드려서 뽑는 면인 일명 손짜장으로 불리는 수타면이 최고다. 수타면은 기계로 뽑은 면발보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먹기에도 편하며 소화도 잘 된다. 수타 특유의 쫄깃함으로 면발도 굵어서 탱글탱글 면을 씹는데도 재미를 더한다.
"이곳 손짜장면 맛의 깊이는 바로 아버지의 힘입니다. 40년 중국요리를 해왔던 아버지의 작품입니다. 현재 아산에서 여기와 똑같은 '부자 옛날 손짜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 맛을 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자(父子) 옛날 손짜장' 오태흥(34)대표는 프로볼링선수였다. 프로볼링 TV 파이널에서 준우승까지 한 실력파였다. 그런 연유인가. 면발을 뽑는 그의 팔뚝을 보면 볼링선수다운 탄탄한 근육을 자랑한다.
"참 이것도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볼링선수들은 팔 근육이 일반인에 비해 강합니다. 그리고 면을 뽑는 면장도 강한 팔 근육과 순발력이 없으면 견디기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웃기지요? 볼링을 던지는 손이 이제는 면을 뽑는 손으로 변했으니 말입니다."
프로볼링 선수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던 그였다. 가업(家業)을 이어보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권유에 많이 망설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던 볼링선수생활은 그에게는 놓은 수 없는 삶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도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곧 결혼을 앞둔 저는 아내에게 안정된 가정생활을 주고 싶었어요. 프로볼링선수로의 삶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안정된 가정을 갖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운동선수로 자랐지만, 아버지가 하는 요리과정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란 탓에 중화요리가 저절로 몸에 스며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저는 특별히 요리를 배우려고 하지 않았어도, 어깨 너머로 배운 내공이 내 안에 쌓여 있었어요. 남들은 보통 5년 정도 배워야 할 요리과정을 전 2년 안에 마스터할 수 있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조금의 꾸밈도 없었다.
이 집의 대표음식은 손짜장과 손짬뽕 그리고 탕수육이다. 이름 하여 빅3다. 2009년 7월 오픈한 이래, 이 3가지 대표메뉴로 1년에 16억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고 하니 상상이 되는가. 대박의 비결은 무엇일까.
"글쎄요? 거의 대부분 아버지 덕분이죠. 아버지의 명성이 그대로 이어졌다고 봐야죠. 아버지가 아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부자 옛날 손짜장'의 맛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어요. 저희 매장 앞으로 지나가던 트럭기사, 버스, 출퇴근하는 회사원들이 들려서는 '아산에 있는 그 <부자 옛날 손짜장>집이 맞느냐?'고들 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졌어요."
때마침 점심시간이 다 되어 출출한 참에 내온 손짜장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깔끔했다. 특히 쫄깃하면서도 손으로 빼낸 면발 특유의 질감이 감칠맛을 더한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돼지고기와 각종 야채의 조화가 돋보인다. 이 집의 또 다른 자랑인 백짬뽕은 손바닥 크기만 한 전복이 통째로 얹어져 있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수타면의 특징인 쫄깃하고 차진 맛은 손끝에서 뽑아낸 면발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손으로 뽑아내야 분자와 분자의 결합력이 높아지죠. 많이 두드리고 흔들어줄수록 면속의 공기 입자가 많이 빠져 더 쫀득쫀득하고 맛이 좋은 것입니다. 그러니 기계로는 그 맛을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정오를 조금 넘기자 120평 규모의 홀은 빈틈이 없이 손님으로 꽉 들어찼다. 5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도 이미 초만원, 주방에서 일하는 7명의 요리사들은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돌아간다.
손짜장면은 5천500원, 백짬뽕 8천원, 탕수육(소) 1만5천원, (대) 2만3천원이다. 원래 빅3 대표메뉴가 유명해서 그렇지 보통 중화요리점에서 취급하는 어떤 메뉴도 주문 가능하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