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뚜껑을 열자 뽀얀 국물이 펄펄 끓고 있고, 그 중심의 소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삶았는지 뼈와 살의 경계가 무너지고 저절로 분리될 지경이다. 주인은 뜨거운 소머리를 꺼내 살과 뼈를 발라낸다. 허연 김과 숨소리로 엉킨 삶의 현장이 뜨겁다.
"이렇게 끓여내야 진국이지요."
소머리가 가마솥에 들어간 지 약 24시간, 하루가 흐른 것이다. 하루라는 온전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렇게 푹 삶아진 소머리를 예리한 칼로 조근조근 발라낸다. 이제 저 혼자 끓고 있는 뽀얀 국물에는 10가지 한약재가 들어갔단다. 그래서 그런가. 뽀얗던 국물이 누런 빛에 가까워졌다.
여루꼭대기 우순덕(52)대표는 "보통 소머리를 삶을 때는 도가니 뼈와 골반 뼈를 섞어요. 하지만 국밥에 얹어내는 고기는 온전히 소머리고기만 사용합니다. 혹 고기가 부족하면 다른 부위의 고기를 삶아내 얹기도 한다지만, 우리는 소머리고기만 드립니다. 머리고기가 떨어지면 그날은 국밥을 팔지 못하는 거죠."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소머리국밥을 제대로 손님상에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삶을 때 소머리에서 나는 특유의 잡냄새를 잡는 것이 관건이다. 우순덕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0가지 한약재와 인삼을 첨가하면서 특별한 비법을 찾아냈다. 일년 내내 소머리 국밥만 고집하진 않는다. 우대표는 "소머리국밥은 겨울에 잘 팔리고, 여름에는 삼계탕을 주로 냅니다. 고객들의 취향이 여름에는 삼계탕,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소머리국밥을 찾아요."라며 "그런데 삼계탕이나 소머리국밥이나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 끓여냅니다."라고 말한다. 지난여름에 먹어본 삼계탕 역시 일품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묘하게도 소머리국밥과 삼계탕 국물 맛이 어딘가 닮아 있었다.
여루꼭대기에서 내어놓는 음식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우대표 특유의 손맛이다. 이 집 대표 음식으로는 여름 삼계탕, 겨울에는 소머리국밥이다. 하지만 하루 전 미리 주문하면 오리로스와 한방백숙 그리고 겨울 토끼탕도 괜찮다. 냉동시킨 재료로는 절대로 요리하지 않는다는 원칙 탓이다. 겨울 토끼탕은 친정엄마가 미원에서 직접 키운 토끼만을 사용해 더욱 믿음이 간다. 이 집에서 내놓는 밑반찬은 허접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만큼 실속 있는 반찬만 선별해서 내놓는다. 묵은지, 파김치, 호박전, 고추 삭인 오이지 등 계절에 맞게 등장하는 반찬은 또 다른 별미다. 이곳 밑반찬의 재료 역시 전량 친정집에서 100% 공수 받는다. 덕분에 이상기온으로 채소 값이 폭등해도 이 집 인심은 언제나 넘쳐난다.
다소 아쉬운 점은 소머리국밥의 가격이 8천원이니, 일반 국밥보다 조금은 비싼 편이다. 여름에 먹는 삼계탕은 1만원이다. 겨울 토끼탕(대)은 5만5천원, 묵은지 삼겹살 9천원, 냄비갈비찜 9천원이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나면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음식을 먹고 문을 나설 때,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집이 바로 여루꼭대기다.
여루꼭대기 /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2517번지 ☏ 043)221-0335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