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천륜적(天倫的) 관계다. 며느리는 법률적(法律的) 관계다. 천륜적 관계와 법률적 관계를 비교할 때 천륜적 관계가 더 인간적이다. 법률적 관계를 천륜적 관계로 발전시킬 수 없는 것인지…
명절 때면 이 관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곤 한다. 설명절과 추석명절이 되면 반복적으로 화두된다. 이 두 명절 때면 며느리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가 부부관계를 악화시킨다. 더 심화되었을 경우에는 가정파탄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명절 때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명절 스트레스가 사회적 비용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삶의 이야기 속에서 딸과 며느리에 대한 감정을 토로한 내용이 있다. '엄마, 고마워요', '우리를 길러주셔서요' 딸은 친정엄마의 마음 속 깊이 들어와 있다.
나이가 많아도 자식들은 모두 엄마라고 부르지만 며느리는 어머니라고 부른다. 이 말 속에서도 딸과 며느리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겉으로는 딸과 며느리를 똑같이 대한다고 할지라도 맘속에서는 딸의 깊은 속마음이 더 보인다. 며느리가 잘못하면 서운하다. 딸이 잘못하면 관대해지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나타난다.
'며느리 노릇도 시어머니 노릇도 어려운 사이… 서로가 조심스러운 사이… 이럴 때 딸과 며느리에 대한 차이점을 느낀다' 이 고백 내용을 보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간과할 수 없다. 내 딸이 남의 집에 시집가면 며느리가 되는 것을… 며느리는 항상 며느리일까…? 아들이 장성해서 결혼을 시키면 시어머니가 되는 것을…
어느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출산 후 5인용 병실에 입원하라고 권유했다. 혼자 있으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이유였다. 그런 시어머니는 딸이 출산한 후 1인용 병실에 입원시켰다. 며느리가 화가 치밀어서 질문했다. "어머니 1인용 병실에 있으면 우울증에 걸린다고 하셨는데 어떤 연유로 독실에 입원시켰느냐"고 반문했다. 시어머니 답변은 "네 시누이는 여러 사람이 떠들면 잠을 못 잔다"고 답변했다. 이 과정에서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영원한 시어머니로 생각하게 되었다. 시어머니 제삿날만 돌아오면 그때 서운한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울먹인다.
며느리를 딸과 똑같이 생각한다는 어떤 아주머니가 며느리 집에서 손자도 봐주고 저녁밥도 지어놓곤 했다. 어느 날 손자보랴, 밥하랴 며느리가 좋아하는 동태찌개를 해놓고 기다렸다. 퇴근해서 돌아온 며느리가 소파에 털썩 앉으며 하는 말이 "어머니 오늘 메뉴는 뭐예요" 시어머니는 "넌 뻔뻔하기도 하다"라고 쏘아 붙이고 속상해 했다.
다른 엄마가 딸 퇴근길에 맞춰 저녁준비를 해놓고 기다렸다. 딸이 돌아와 소파에 앉으며 "엄마 오늘 메뉴는 뭐야?"엄마의 대답은 "우리 딸 좋아하는 갈치조림 했지. 배고프겠다. 빨리 씻고 와" 달라도 이렇게 많이 다를 수가… 여기서도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또 다시 느끼게 된다.
어느 집에서 제사를 지낸 후 음복술을 마셨다. 며느리에게는 "여자가 무슨 음복술이야…" 라며 언짢아했고 딸에게는 "남녀 차별이 없으니… 너도 맛 좀 봐라"고 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원한에 사무쳐 있다.
'올 추석 연휴 직후 이혼신청이 급증했다.'고 한다. 평소 3배가량 많은 이혼신청 서류가 법원에 접수 된 것이다. 올해처럼 추석 연휴 직후 이혼신청이 급증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딸과 며느리,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심층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