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독도 방문, 어떻게 볼 것인가

2012.08.29 16:05:40

김승환

충북대 교수

지금으로부터 대략 25년 전쯤의 어느날이었다. 절친하게 지내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씨의 말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우연히 독도 문제가 화제에 올랐는데 당시 대학원생이던 그는 독도가 아니고 '죽도(竹島)'이며, '죽도'는 당연히 일본 영토인데 일본 패전 이후 한국이 강제 점령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어서 한국의 주장을 다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역사적 고증(考證)이나 어민들의 거주 기간 통계 등으로 볼 때, 그리고 현존하는 고지도(古地圖)나 역사자료로 볼 때 7 : 3 정도로 일본의 주장이 옳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때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국의 책이나 언론은 일본인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역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머릿속에는 충격과 혼란이 맴돌 뿐이었다. 지금은 와세다 대학의 교수인 호테이 토시히로 선생은 위안부 문제나 일제식민통치 등에서 언제나 객관적이고 또 한국을 이해할 뿐 아니라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하는 지식인이었는데 독도문제만큼은 구체적인 사료를 열거하면서 한국인의 인식이 절대적임을 짚어주었다. 물론 나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독도는 무조건 한국 땅'이라는 주장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인식상대론을 더욱 존중하게 되었다.

지난 8월 10일, 이명박 한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참으로 통쾌하고 통렬한 일대 사건이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자기 국가의 영토를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큰 사건이고 또 복잡한 문제인지 바꾸어 생각하면 간단하다. 1945년 해방이 되었을 때, 그 장쾌한 대사건에 한국인들은 환희로 열광했고 눈물로 환호했다. 그러나 그 감격의 이면에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서려 있음을 보았어야 했다. 실제로 1945년 8월은 해방이지만 동시에 분단이었고 광복이지만 한편으로는 종속이었다. 따라서 냉철하게 역사를 읽는 혜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잘한 일인가· 여러 면에서 잘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냉철하게 말하면 잘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민족감정에 불을 지피고, 올림픽의 성과에 감격하는 한편, 중국과의 연합전선 구축에 성공했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현명한 일은 아니다. 현재 독도는 60년 이상 한국이 실효 지배하는 공간이므로, 이미 한국영토이고 또 시간이 흐르면 독도에 대한 영토 주권은 강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도문제가 국제적인 논란으로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 반대로 일본의 입장은 어떻게 하든 국제적인 논란으로 만들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여 쟁송(爭訟)하는 것이다. 이때 한국인들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재판을 하든 논리로 하든 또는 역사자료로 하든 한국이 완벽하게 이길 것이라는 오판이다.

적어도 재판이나 논리로 보면 일본이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자 전략이다. 또한 논리의 주장으로만 볼 때는 한국인의 주장도 성립하고 일본인의 주장도 성립한다. 따라서 한국인의 주장만 옳고 일본인의 주장은 반드시 틀렸다고 한다면, 통쾌하기는 하겠지만 실로 위험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 상대적 인식 상치(相馳)의 문제는 속 시원하게 행동이나 재판으로 하기보다는 역사와 시간에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시간이 지나면 한국영토가 될 것을, 일본인의 극단적인 감정에 불을 사르고 국가의 실익을 잃으면서까지 일본과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의 흔히 '혼네(本音)'라고 하는 속마음은 어떨까. 당연히 일본의 우파는 전쟁을 해서라도 죽도를 일본영토로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안부(慰安婦)도 부정하고, 공공연하게 신사참배를 하며, 식민지배가 한국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극우파(極右派) 일부를 제외한 많은 일본인들은 독도 문제를 지금의 상태로 두기를 희망한다. 가끔, 그리고 적당하게 일본정신을 촉발하는 정치 전략으로 쓰면서 한국과의 대화창구로 활용하다가 백년쯤 지나가면 한국 영토가 되는 것을 용인하는 정도로 여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대통령께서 많은 생각을 하고, 그것이 국익(國益)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제정세를 철저히 분석한 후에 결행했다고 믿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무조건 잘한 일은 아니다. 아울러 상대 국가를 존중해야 한다는 명제로 볼 때 '일왕의 사과'를 그렇게 거칠게 또 전격적으로 요구했다는 것 역시 현명한 발언은 아니다. 감정과 감격 이면에 서려 있는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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