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안치소로 내려갔다. 금방이라도 눈을 뜨고 내 이름을 부를 것 같은 얼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쓸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체온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엄마가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려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관을 덮는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온몸의 감정이 눈물로 떨어졌다. 돌아와 문상객을 받는 동안에도 도무지 엄마의 부재를 믿을 수가 없었다.
발인제를 지내고, 삼 일 동안 밝혔던 촛불에 하얀 국화 꽃잎을 덮었다. 소리없이 불이 꺼지고 연기가 날아오르고 침묵 속에 슬픔이 요동쳤다. 영안실이 정리되고 짐이 꾸려졌다. 영정을 든 발자국이 앞서고 관을 든 사람들의 발소리가 뒤를 따랐다. 영구차에 오른 우리는 모두가 말을 삼킨 채 서러움을 다독이고 있었다. 창밖엔 북향화가 하얀 미소를 보내며 벙글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듯 벚꽃잎도 후드득 날리고 있었다. 꽃들의 배웅을 받으며 엄마는 먼 길을 나서고 있었다.
운구차가 멈추고 우리는 유족 대기실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화구(火口) 안에 들어가 까맣게 구워지고 있을 나의 아픈 사랑. 지금쯤 그 고달팠던 시간이 가루가 되고 있을 것이다. 이생에서 힘들었던 순간들을 다 내려놓고 불꽃 날리듯 훌훌 떠나고 있을 것이다.
고요에 쌓인 2시간이 흐르고 안내 방송이 정적을 깼다. "박oo님 가족들은 수거함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수거함이라니. 어감이 너무 거슬려 귀가 뾰족하게 섰다. 유골함 안에 들어있는 엄마를 받아 들었다.
일평생 널배*를 타며 칠 남매 길러낸 발
발등엔 푸른 핏줄이 수초로 피어있고
휘어진 발가락들은 골목처럼 모여있다
갯벌 깊이 뿌리내리고 허기진 시간 캐는 발
캐도 캐도 컴컴한 펄에 갈매기 울음 펄럭이면
해맑은 자식들 모습 환하게 피었을까
황혼이 펄을 적시면 지친 하루를 밀며
널빤지에 몸을 싣고 서둘러 뭍에 올랐을
어머니, 야윈 발 위에 별빛이 내려앉는다
** 갯벌에 빠지지 않게 만든 작은 배
- 김나비 「발의 소묘」
부스스 지난 시간이 아픔으로 흘러내렸다. 항아리 속 한 줌 가루로 남은 엄마를 들고 있자니
당신이 두고 간 시간이 부스스 몸을 일으키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기억이 가늘게 실눈을 뜨는 것 같았다. 무게를 버린 당신이 내 가슴속에 무게가 되어 쌓였다. 앙상한 엄마 등에 만져지던 뾰족한 뼈의 감촉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기억, 그 순간들이 차가운 핏물 되어 심장을 타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