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가격 폭등 끝낼 대책은 없는 건가

2024.03.13 20:44:35

[충북일보] 과일가격을 보고 깜짝 놀란 게 벌써 몇 달 전이다. 설 대목이 지나면 떨어질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사과 한 알이 한 끼 점심 값만큼 비싸졌다. 실제로 사과 가격은 1년 전보다 71%, 배는 61.1%나 올랐다. 이른바 '금(金)사과'가 된 셈이다.

지난달 사과 물가 상승률은 71.0%다. 1999년 3월과 지난해 10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70%를 넘었다. 알이 굵다 싶으면 개당 1만 원을 호가한다. 그러다 보니 사과 가격이 현재 전 세계 1위라고 한다. 대체재인 다른 과일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배 물가 상승률은 61.1%로 24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복숭아는 63.2%로 1976년 7월에 기록한 기존 최고치를 넘었다. 귤값 상승률은 무려 78.1%다. 2017년 9월 이후 가장 높다. 감, 수박, 참외, 딸기 등의 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채소류 가격도 함께 뛰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년 새 파 가격은 50%, 배추 가격은 약 21% 상승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농산물 가운데 채소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2.2%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파(50.1%)와 토마토(56.3%)의 물가상승률이 두드러졌다. 파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24.7%)부터 11월(39.7%), 12월(45.6%), 올해 1월(60.8%) 등 계속 고공행진하고 있다. 배추 물가도 1년 전보다 21.0% 뛰었다. 지난해 12월(18.1%), 지난 1월(22.7%)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리 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일 가격 급등 이유는 있다. 대략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기후위기로 생산량이 약 30%가량 급감했다. 두 번째로 사과와 배 수입 제한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다시 말해 철저한 검역 조치로 8단계를 거치면 수입 통과에 4년~6년이 걸린다. 세 번째로 유통구조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국내 과일 가격을 결정하는 건 농민이 아니다. 경매시장이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채소 과일들이 가락시장으로 올라와서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이 응찰해서 가격이 결정된다. 이걸 경매가격이라고 한다. 세 가지 중 가장 큰 요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에 있다. 사과나 배의 경우 기상 급변을 겪으면서 수확량이 평년보다 30%가량 줄었다. 한반도 온난화에 따른 재배 여건 변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충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실상 방관해 왔다. 물론 대체 가능한 수입품을 늘려 가격을 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검역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검역 간소화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결국 금사과나 금배는 농업정책과 물가관리 실패가 낳은 산물이다. 기후 위기는 현실이다. 정부는 미봉책이 아닌 좀 더 장기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그게 농민을 살리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일이다.

과일 가격은 당분간 내려가기 어려울 것 같다. 되레 더 오를 것 같다. 이런 상승은 처음이다. 정부는 마트 등과 협력해 못난이 과일 판매를 시작했다. 나쁘진 않다. 하지만 결국 미봉책이다.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정말 심각하다. 과일 가격의 근본대책도 기후 위기 인식에서 출발해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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