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소로리 볍씨 박물관 건립 의미 크다

2024.02.27 21:18:26

[충북일보] 청주시가 (가칭)청주박물관 건립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26일 '청주지역 선사시대 유물조사 용역'과 '박물관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 박물관 건립 길이 열린 셈이다. 청주시는 6월까지 용역을 마친 뒤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립박물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사전 행정절차를 거쳐 2026년 착공, 2028년 준공 목표다.

소로리 볍씨 발굴은 획기적이었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볍씨 관련 지식을 한꺼번에 뒤집었다. 이전까지는 1만2천 년의 중국 후난성 유적지 볍씨가 인류 최초라고 알려져 왔다. 소로리 볍씨는 벼농사 경로까지 뒤집었다.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발원해 아시아로 퍼졌다는 기존설을 바꿨다. 그 전에 이미 한반도에 농경사회가 정착됐음을 알렸다. 소로리 볍씨는 1998년과 2001년 10월 2차례에 걸친 발굴 조사를 통해 발견됐다. 탄소연대 측정 결과 1만3천~1만5천 년 전의 볍씨로 인정됐다. 세계 학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공인받았다. 소로리의 기적이다. 영국의 BBC방송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널리 보도 됐다. 소로리 볍씨는 세계 대학 등에서 고고학 자료로도 쓰이고 있다. 벼의 기원과 진화 연구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로리 볍씨의 문명사적 가치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날로 그 가치가 커지고 있다. 이제 유전공학적 차원에서도 가치 발현을 앞두고 있다. 소로리 볍씨의 유전자 분석을 통한 세계화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기 빙하기의 기후와 식생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유전자발현 제어기술을 이용해 최고 식미의 쌀을 개발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그야말로 충북이 세계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정말로 몇 안 되는 소중한 유산이다.

소로리 볍씨는 이제 그냥 볍씨가 아니다. 청주가 '쌀의 원조'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주는 생명의 표식이다. 소로리 볍씨는 우선 학술적으로 아주 중요한 자료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와 생명의 자긍심이다. 존재 자체가 그대로 자산이 되고 있다. 청주의 위상을 만방에 선포하는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5천년된 경기도 고양시의 '가와지 볍씨' 여섯 톨의 부가가치가 600조 원이라고 한다. 물론 몇 해 전 고양 시장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네 톨 남은 1만5천년 된 청주 소로리 볍씨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말하기 쉽지 않다. 문화유산의 가치는 지키려는 사람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만큼 소중히 여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청주시는 소로리 볍씨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2016년 11월 옥산면 소로2리 입구 삼거리에 5.5m 높이 볍씨 조형물을 세웠다. 시청 상징물(CI) 역시 소로리 볍씨 모양으로 바꿨다. 소로리에 세워질 박물관은 시민들에게 체험·교육을 제공하게 된다. 당연히 선사시대를 중심으로 한 청주의 전 시기를 아우르는 유물과 유적을 전시한다. 그런 점에서 청주시의 박물관 건립 시도는 훌륭하고 멋지다. 시민을 위한 유익한 공간으로 박수 받을 만하다. 청주의 헤리티지 마케팅(Heritage marketing)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한다. 소로리 볍씨는 세계 볍씨의 기원이다. 인류문화와 생명의 유산이다. 뭐든 관심이 중요하다. 생명의 소리는 쌀에서 나온다. 거기서 생명의 문화가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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