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의료파업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2024.02.22 16:59:23

[충북일보]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의료 현장을 떠났다. 벌써 나흘째다. 수술 연기와 진료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충북에서도 전공의 125명(레지던트 98명, 인턴 25명)이 동참했다. 22일 기준 레지던트 1명이 복귀한 상태다. 나머지 123명에겐 업무개시 명령이 내려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의사들의 의료 현장 이탈은 의사윤리에 맞지 않는다. 환자를 위태롭게 하는 건 법적인 문제를 떠나 윤리의 문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 공감대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의사 집단행동의 피해자는 환자와 가족이다. 의사들이 중증 환자의 고통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 꼴이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과거 의료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거나 장애가 생긴 환자들이 발생했다. 의약분업(의사와 약사 직능 분할) 사태는 지난 1999년 말부터 2000년 말까지 1년간 이어졌다. 처음엔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산발적 파업이었다. 6월 들어선 엿새간 의료계 전면파업으로 이어졌다. 이후 전공의가 파업에 동참하는 등 의약분업 의료파업은 다섯 차례 이상 이어졌다. 병·의원 진료가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이 불거졌다. 당시 전국 병의원 대부분이 휴진했다. 개원의와 전공의 참여율은 90%에 달했다. 2014년에는 정부가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영리화를 추진하려하자 의료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지역의 필수인력(응급실·중환자실)을 제외하고 전공의 대다수가 병원을 떠났다. 당시 전국 전공의 1만 7천명 중 7천200명이 참여했다. 2020년은 이번 전공의 파업과 상당 부분 닮았다. 당시 정부는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천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전공의들과 40개 대학 의대생들이 진료와 학업을 중단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의대 정원 증원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다른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조건 의사들만 압박하면 사태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 정부는 현장 의사들이 바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가 인상이라면 구체적 인상안을 마련해 발표해야 한다. 의료 사고 정책도 좀 더 세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필수 의료에 대한 보수 인상과 소송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말뿐이다.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소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진료과에 의사들이 가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일은 힘든데 돈은 더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률적인 수가 적용도 문제다. 건보에서 의사들에게 주는 수가는 6천여 개 의료 행위로 나눠진다. 시간·위험도 등에 따라 일일이 점수를 매겨 보상하는 구조다. 그런데 수십 년간 수가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의사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필수 의료 의사 부족 사태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다. 필수 의료를 중심으로 수가를 크게 올려야 하는 진료 항목이 적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전언이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한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파업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의대 정원 증원 철회 관철을 위해 의료파업은 비윤리적이다. 명분 없는 집단행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실리도 잃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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