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7년이 훨씬 더 지났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2년차다. 하지만 지방의회에 대한 부당 알선·청탁 이미지는 더 악화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4일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92개 광역·기초의회를 대상으로 한 종합청렴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청렴도가 68.5점(100점에 가까울수록 청렴함)으로 낙제점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로 지방의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의 15%가 최근 1년 새 지방의회 의원의 부정부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공공 부문 종사자의 2%만이 업무 관련 부정부패를 경험했다고 답한 것의 7배가 넘는다. 지방의회의 부패 수준을 보여준 결과다. 지방 공직자의 16%가 지방의원이 권한을 넘어서는 부당한 업무 처리를 요구하거나 '갑질'을 하는 것을 겪었다고 했다. 계약 업체 선정에 부당하게 관여(9%)하거나 특혜를 위해 부당하게 개입(8%)하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충북도의회는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4등급을 기록했다. 청렴도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분류된다. 가장 낮은 5등급의 바로 위다. 충북도의회보다 낮은 등급을 기록한 곳은 경기도의회와 강원도의회뿐이다. 서울시의회가 충북도의회와 함께 4등급을 기록했다. 나머지 전국 13곳의 시·도 광역의회는 모두 3등급 이상을 기록했다. 도내 3곳의 시의회의 종합청렴도는 3등급을 기록하며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낙제점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좋은 평가를 받지도 못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군·구의회는 빠졌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더 심각한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 아무튼 조사 결과는 낯 뜨거운 국내 정치의 현주소다. 부패로 가득 찬 청렴도 꼴찌집단이다. 민주주의의 뿌리가 무너진 셈이다. 충북도의회가 낙제점을 받은 부분은 '부당한 업무처리 요구' 부문이다. 조사 대상들이 경험한 부당한 업무처리 요구 부패경험률이 12%로 나타났다. 이어 심의·의결개입·압력, 미공개 정보 요구, 계약업체 선정 관여 등의 순이다. 지역 주민을 위해 만든 지방의회가 개인의 이권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충북의 지방의회마저 그렇다는 게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충북의 지방의회는 하루 빨리 투명성을 높여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청렴도가 꼴지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경제 선진국이면서도 개도국의 부패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낮은 청렴도 때문이다. 부정부패는 극소수에게 엄청난 이득을 보게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힌다. 궁극적으로 사회 시스템 자체를 부식시키고 마비시키는 짓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부패에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사회가 청렴해야 하는 건 비단 윤리의 문제만이 아니다. 경제의 영역이고 행복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국가청렴도가 1점 상승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4천713달러 늘어난다는 신뢰할 만한 자료도 있다. 실제로 청렴도 높은 나라는 잘살고 행복도 역시 높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손발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천을 받는 대가로 지역에서 행동대원이나 선거운동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정치 구조상 지방의원의 부패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도 연결돼 있을 수도 있다. 국회의원 청렴도 조사를 선행하는 게 순서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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