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의 교비회계는 쌈짓돈이 아니다

2023.12.19 20:25:27

[충북일보] 지방대학 위기의 시대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을 거란 예측이 나온 지도 오래다. 실제로 2005년 이후 최근까지 전국에서 21개 대학이 폐교했다. 학령인구 감소세에 폐교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비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 전반을 위해 써야 할 대학의 교비회계가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 주로 지방의 사립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청주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일이다. 상당수 사립대 총장이나 이사장 등이 교비회계와 관련해 처벌을 받았다. 최근엔 오경나 충청대 이사장이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오 이사장은 법인직원 A(40대)씨 급여 1천800여만 원을 교비 회계에서 5회에 걸쳐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오 이사장은 지난해 9월 같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 탓이 크다. 그러나 다른 측면도 있다. 설립자의 학교 사유화가 대표적이다. 총장이나 이사장의 회계 부정, 부실한 학교 운영 등도 큰 이유다. 위기의 원인이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설립자나 총장·이사장의 심각한 부정·비리가 위기를 부른 셈이다. 교비는 오롯이 학생들을 위해 써야 할 돈이다. 총장이나 이사장이 마음대로 유용해선 안 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 사례에서 보듯 사유재산처럼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제도를 고치든 처벌을 강화하든 바로 잡을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먼저 설립자나 운영자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는 감사기구가 필요하다. 공모를 통해 감사기구의 장을 임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설립자·운영자의 친인척과 이해 관계자가 임용될 수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설립자나 운영자의 입장에선 달가울 리가 없다. 그러나 우려는 우려로 끝나도록 해야 한다. 일부 몰지각한 사립대 총장이나 이사장의 부정과 비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감사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연간 종합감사 대상은 3∼5개 대학에 불과하다. 심지어 감사가 시작된 1979년 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곳도 있다.

사립대학의 주인이 사사로운 개인이란 관점은 왜곡이다. 이사회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이사들은 영리 목적 법인의 지분 소유자가 아니다. 이들은 그저 신탁관리자들이다. 신탁관리자는 위탁자의 뜻에 따라야 한다. 신탁자산을 수혜자의 이익을 위해 운용해야 한다. 개인 재산의 경우 미성년 상속자가 해당된다. 교육기관 등의 법인에서 수혜자는 해당 기관의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들이다. 그래서 신탁관리자가 수혜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득을 위해 신탁자산을 운용하는 건 위법행위다. 대학에서 교비 횡령이 대표적이다. 학령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립대 폐교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대학 폐교는 단순히 학교 문만 닫는 게 아니다. 피해가 학생들과 대학 교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학교 구성원뿐만이 아니다. 지역 상권의 붕괴, 고학력 실업 양산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비화된다. 단순히 상아탑 붕괴를 넘어 국가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더 이상 '사학 비리=교비 횡령'이라는 등식이 성립돼선 안 된다. 사학개혁이 이뤄져야 대학비리도 사라진다. 법과 제도가 공공성과 민주성,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되면 비리도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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