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성범죄 피해 조사를 받던 여중생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A양의 유족 측이 9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정황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고 정녕 딸의 죽음을 막을 순 없었는지 따져보기 위해 공개를 결심했습니다."
친구 의붓아버지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뒤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 A양의 아버지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9일 가해자의 범행 사실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공개한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이날 A양 유족 측은 청주 성안길에서 공소장, A양의 진술서, A양이 다른 친구와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공개했다.
A양 아버지는 "딸에게 나쁜 일이 있던 날 딸이 친한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가 사진 2장 분량인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해당 사건을 다룬 TV프로그램의 내용과 대조해 보니 추가 메시지가 더 있다고 여겨져 친구에게 확인, 30장 넘는 메시지를 확보했다"며 "가해자의 죄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로 보인다. 가해자가 처벌 받고 수사 과정이나 제도적인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보고자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양은 지난 1월 친구 B양의 의붓아버지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뒤 친구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진짜 아프고 무섭고 그냥 빨리 와주라"라며 도움을 청했다.
또한 "생생히 기억난다"며 피해 당시 상황을 밝혔고 피해 현장을 촬영한 0.2초 분량의 영상 2개를 보냈다.
유족 측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B양의 의붓아버지 C씨는 지난 2013년 B양의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B양과 함께 살았다.
검찰은 C씨가 당시 6~7세이던 B양을 성추행했고, 지난 가을에서 겨울 사이 13세가 된 B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기간 동안 B양에게 4차례 술을 먹인 것으로도 봤다.
또한 올해 1월 17일 새벽 의붓딸 친구인 A양이 술에 취해 잠들자 성폭행한 혐의도 적시했다.
C씨가 A양에게 또다시 술을 먹자고 한 정확도 포착됐다.
같은 달 22일 SNS상에서 B양이 A양에게 "내일 아빠가 술 먹자고 함"이라고 보내자 A양은 다른 친구에게 "무서워서 어떻게 가, 자기는 기억하는거 아냐?"라고 보냈다.
증거를 공개한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자의 성폭력 사실에 대한 증거가 충분함에도 4차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보강증거가 필요하다며 (구속영장이)발부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 전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법률 개정을 촉구한다. 추가 입수된 자료를 오는 13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양은 올해 2월 부모를 통해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3월 검찰에 A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각 1회씩 청구했고, 검찰은 '수사 미비와 자료 보완'을 이유로 모두 반려했다.
보완 수사를 마친 경찰은 5월 11일 또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같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튿날 A양과 B양은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여론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같은 달 25일 C씨는 구속됐다.
C씨는 지난 7월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술은 먹였지만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C씨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9월 15일 청주지법에서 열린다.
A양이 숨진 지 100일 만에 발견된 유서에는 "나 1월 달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치?"라고 적혀있었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