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생가에 놓여 있는 돌다리가 황국신민서사비였다는 설명을 담은 원형 안내판을 옥천군이 설치해 눈길을 끈다.
ⓒ옥천군
[충북일보=옥천] 정지용(1902∼1950) 시인의 옥천 생가 앞에는 큰 돌다리 하나가 놓여 있다.
이 돌다리(길이 575×폭 112×두께 33㎝)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민족성을 말살하는 동시에 일제에 충성을 강요하는 내용의 맹세문이 적힌 '황국신민서사비'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별로 없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 조차도 그냥 돌다리가 있어 무심코 밟고 다닐 뿐이다.
옥천군은 이 돌다리가 '황국신민서사비'였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원형 표지석을 최근 만들어 설치했다.
군에 따르면 '황국신민서사비'는 이 지역의 옛 창명보통학교(현 죽향초등학교)에서 발견된 것이다.
'우리들은 대일본 제국의 신민입니다. 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 폐하에게 충의를 다합니다' 등의 내용이 일본어로 새겨져 있다.
일제는 1937년부터 패망한 1945년까지 학교는 물론 관공서, 회사에서 매일 조회 때 이 맹세문을 외우게 했다.
광복 후 글씨가 잘 안 보이게 지워진 이 비석은 '통일탑'으로 불리다가 1993년에야 일제 강점기 때의 잔재라는 게 알려졌다.
옥천군은 이듬해인 1994년 이 비석을 정지용 생가를 찾는 방문객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게 돌다리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돌다리에 대한 정보나 안내문은 그동안 없었다.
옥천군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14일 자세한 설명이 담긴 오석 원형 안내판을 만들어 설치했다.
이 안내 표지석에는 "이 다리는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옥천 죽향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진 '황국신민서사비'다. 광복 후 글자를 지우고 통일탑으로 사용되다 1994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우리 학생들에게 충성 맹세를 강요한 내용이 새겨졌던 비로,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자료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강종문 관광개발팀장은 "일제 강점기 때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 읍내에 많다"며 "군민들이 아픈 역사를 교훈 삼을 수 있도록 표지석 설치를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옥천 / 손근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