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청주역에서 제천역까지 가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제천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시계탑에서 청주역 가는 버스에 남편과 함께 올랐다. 평상시 보다 일찍 나선다고 했지만 대중교통은 아침시간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우리가 일찍 간 줄 알았는데 벌써 회원들이 거의 다 모였다.
오랜만에 타는 충북선, 일주일에 한 번씩 제천에서 청주를 오가며 탔던 밤기차, 그때 우중충했던 기차는 지금은 보기 좋고 정갈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제천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그때는 특급을 타야 편안히 의자에 앉아 갈 수 있었다. 보통은 마주 보고 갔었던 기억이 아스라이 생각난다. 오래전 우중충했던 제천역은 산뜻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대합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제천 시가지도 많이 달라졌다.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오늘 투어는 <의림지>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제천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3대 저수지중 하나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용두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막아 가뭄과 침수로부터 농경지를 보호해 왔으며, 산간지역인 제천에서 농경지로 물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한다. 특별히 제천에서 가장 넓은 농경지인 청전뜰에 물을 공급하던 의림지는 꼭 필요한 저수지였다.
의림지는 *제림과 함께 다양한 동식물의 터전이 되어주고 있다. 문인들의 풍류 장소였던 정자와 누각은 현재도 제천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한다. 의림지 주변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40여 년이 좀 넘게 지났지만 내가 어린이들과 함께 소풍 왔었던 일도 어렴풋이 생각났다. 요즘 같았으면 학교에서 너무 멀어 가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그런 것들이 다 아랑곳없었다.
의림지 주변에는 소나무가 연리목이 된 것이 있었다. 아래 나무기둥이 붙으면 연리목, 가지가 붙으면 연리지, 그곳에 있는 나무는 연리목이라 나무가 결혼한 것이라고 안내했다. 해설사 말로는 한번 수해 때 저수지가 터진 적이 있다고 했다. 그 후에 심은 소나무는 조금 더 작았다. 2000년이나 된 이 저수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저수지로 유일하게 현재까지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제천 10경 중 제1경으로 둑 위에 위용을 자랑하는 200~300년 된 소나무와 버드나무 영호정 경호루 등의 정자가 어우러져 현대 속에 자리 잡은 역사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의림지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명승지이면서 어린 시절 소풍 가던 유원지 풍경처럼 제천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의림지 연리지를 보면서 우리 집 단풍나무가 생각났다. 지금은 베어 없어졌지만 사진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 의림지에서는 겨울에 빙어를 잡아 술안주로 삼기도 한다. 이십 대 중반에 데리고 왔던 반 아이들은 지금은 성인이 되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내가 이제 칠십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그들도 50대 중반이 되었을 것이 아닌가.
충북선 기차를 타고 오면서 가물가물한 지난날의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편안한 열차 안에서, 제천에서 멀어지는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아쉬움으로 바라본다. 의림지 언덕에서 산들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던 수양버들을 생각하며.
*제림:소나무와 수양버들이 울창한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