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리움의 얼굴

2024.03.27 14:53:01

이효순

수필가

현관 입구에 빨간 안시리움이 드나들 때마다 내 눈길을 끈다. 그 꽃이 내 눈길을 끄는 것은 꽃에 담긴 작은 이유 때문이다. 그 꽃은 육거리 재래시장 꽃집에서 청주페이를 지급하고 데려왔다. 청주 페이는 면허증을 반납한 사람에게 시에서 지급하는 작은 보상이다. 그 대가로 구입한 꽃이기에 드나들 때마다 한번 더 바라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난 이월이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봄이 가까워오는 설렘이 일던 날 사창동 주민센터까지 우산을 쓰고 걸어갔다. 왠지 발걸음이 좀 묵직했다. 비까지 내리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기 위해서 서운하지만 마음의 결정을 했다. 면허 취득 하고 운전을 몇 번 하지 않았다. 장롱면허였다. 그동안 운전면허증은 내 까만 리본지갑 속에 숨어 있었고 가끔 갱신할 때만 드나 늘었었다.

그것을 취득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던가· 운전학원에서 연수하다가 브레이크를 밟는 것을 액셀을 밟아 실수하여 사고 냈던일. 다리가 놀라 떨어지지 않아 교관이 떼어주었던 일, 마침 그 기간 나는 필기시험원서 제출 중에 있었다. 학원 원장의 지시로 하는 수 없이 시험장에 갔었다. 놀란 가슴이 두근거려 필기시험도 떨어지고 그다음 두 번째 원서를 제출하여 필기와 실기를 한꺼번에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언제부터인지 지갑 안에 잠자는 면허증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지금까지 신분 확인할 때만 가끔 사용하지 않았던가. 이럴 바엔 면허증을 반납하고픈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70넘은 분들의 운전 사고 사례를 가끔 보도하기도 했다. 나는 운전도 하지 않는 장롱면허로 마음의 갈등이 생겼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취득한 면허증인데... 조금 서운했다. 나이 더 들기 전에 반납하기로

주민센터에 도착하여 담당자를 찾았다. 그곳에는 각자 사무실 책상을 하나씩 차지하고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근무하던 근무처 생각이 잠시 나기도 했다. 담당자가 부르는 곳으로 가서 제시된 대로 서류를 작성했다. 면허 따느라 학원에서 주행하다가 사고도 한번 냈었고 연습하다가 진천야영장 도랑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운전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남편이 주행연습할 때 내가 잘못한다고 거친 말을 하여 그 자리에서 운전대를 놓고 그다음부터 잡지 않았다. 교육청 근무하며 출장 때 얼마나 차가 필요했던가 그때 나는 개인택시 한 대를 정해 놓고 출장 가는 날은 그 택시를 불러 목적지까지 가곤 했다. 그분은 우리 교회 집사님 이셨다. 살아가며 많은 은혜를 입고 지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생활도 모두 추억 속의 일 부분이 되었다.

담당자가 전해준 서식을 작성하며 내 지갑에 운전면허증이 없어져 조금 서운 했다. 업무처리 하던 직원은 운전면허 자율반납한 감사의 표시로 재래시장에서 쓸 수 있는 10만 원 상당의 청주페이를 전달해 주었다. 3월 10일 이후에 사용하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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