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권력을 빼앗긴 게 아니라 잃어버린 측면이 강하다. 법으로 보장된 임기 5년의 대통령 권력을 관리 능력 부재로 지키는데 실패하고 반납한 격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채 내면과 외양을 일체화시키지 못하며 부대끼다가 어느 순간 치밀어 오르는 내적 폭발에 스스로 옷을 벗어 던졌다.
***개선장군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경고성 계엄이었다지만 대한민국 법률체계 하에서는 대통력 직을 박탈할 정도의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계엄이라고 결론 냈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계엄은 시대착오적이었고, 대통령 직 수행에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자기 고백이었다.
계엄 전후 사정을 윤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입법 폭주, 일방적 예산 삭감 등 인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계엄은 정당한 통치행위가 아니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선고였다.
탄핵 전과 후에도 윤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계엄의 불가피성, 경고성 계엄, '계몽령'을 주장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 후 사저로 돌아가며 "다 이기고 돌아왔다"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 등의 발언이 이어지는 건 세찬 탄핵 태풍 속에도 일정 정도의 지지세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점이 윤 전 대통령을 멈추지 않게 하는 요인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 당시의 여당과 지지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동요하는 사이에 어~ 하다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탄핵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극소수였고 지지자들의 외침은 거센 바람 앞에 묻혔다. 그 때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다수의 국회의원과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탄핵반대에 나섰고 한 때 우호적 여론도 형성됐다.
여기에서 윤 전 대통령의 착각이 시작됐고, 오만으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당한 사실에 대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소속 정당과 지지자, 국민들에게 대오각성 하는 자세로 사과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자중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아무리 변명해도 개선장군이 아니라 패배한 장수다. 못난 장수일수록 패배의 책임을 자신이 지지 않고 남에게 전가한다.
자신의 무능으로 정권이 궤멸 당했음에도 마치 정의를 수호하다 희생당한 순교자처럼 포장하려는 시도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권력을 잃고 나타나는 전형적 금단현상이다. 윤 전 대통령이 몽상적 계엄으로 국위를 훼손하고, 국론을 분열시켰다. 경제는 바닥이며, 국제통상 질서가 한 치 앞을 모르게 변하는데 우리나라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이 난국을 누가 초래했는가. 윤 전 대통령이 그토록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 이제 그만 무대에서 내려오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권력 금단 현상
윤 전 대통령을 계엄의 유혹에 빠지도록 만든 원인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법적 책임이 아닌 정치적 영역의 문제다. 선거로 심판할 일이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로 풀어야 할 고도의 정치적 사안을 그야말로 고도의 통치행위인 계엄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휘두르려다 자기 칼에 쓰러졌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쓰려다 쥐 한 마리는 고사하고 세 들어 살던 집만 무너트린 꼴이다.
부끄러운 전직 대통령을 미화하는 방식으로는 정권 재창출도 국가 정상화도 난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