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치외법권 지대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의대생 1천 명 증원 방침을 강행하던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에 막혀 항복했음에도 의료현장의 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래의 의사가 될 의대생들이 학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대학은 7일까지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은 학칙대로 유급 또는 제적 처리하고 이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으나 의대생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사태를 이렇게 만든 책임은 무능한 정부에 있다. 단일대오로 투쟁에 나선 의료계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뒤로 물러서기를 반복한 결과다. 정부는 2025학년도 신입생 1천 명을 선발한 것 외에는 상처만 남기고 두 손을 들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사 단체의 큰 소리가 처음에는 허언으로 들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맞는 말이 됐다.
지난 4월 9일 시민·노동단체가 성명을 통해 2026학년도 의대모집 인원 동결을 확정해 달라는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 요구에 대해 "완전한 의대생 복귀와 의대 교육 정상화 없이 2026년 모집 정원 동결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대생들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해 학교에 등록만 했을 뿐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꼼수 복귀로, 이런 식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결코 되찾을 수 없다"며 현 상황을 예견한 바 있다.
이처럼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의료계 달래기에 급급해 기존의 방침을 번복하며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확신에 찬 행동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의대는 제대로 된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중증환자와 국민들만 골탕을 먹는 한심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제적을 피하기 위해 등록만 하고 수업은 거부하는 의대생들 나름 고민이 있다고 한다. 투쟁을 이끄는 지도부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배신자로 낙인 찍혀 누가 누구인지 뻔히 알 수밖에 없는 의료계에서 존립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청도 나서 유급과 제적 시한을 앞두고 의대생들의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 등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조치 하겠다고 강조했는데 효과는 없었다.
많은 의대생들은 정부가 제적이니, 유급이니 하는 강경책을 쏟아내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의료계가 흐트러지지 않고 뭉쳐 싸우기만 하면 결국 교육부와 정부가 다른 구제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고 믿고 있다. 설령 1~2년 늦어지더라도 의대 정원 동결시키고 의사면허를 따기만 하면 그만한 보상은 문제없이 따라오기 때문에 이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강경한 척 해도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 정치적 요인과 해마다 적정 인원을 배출해야 하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때문에라도 대규모 유급 사태를 구제해 줄 거라는 의대생들의 판단이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증환자와 국민들만 골탕
이런 와중에 수험생 학부모들 가운데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축소를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 제기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교육부가 약속했던 것과 달리 의대생 수업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모집인원을 동결해 그 피해를 수험생들이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7세 고시라고 불릴 만큼 어릴 때부터 의대 준비반 학원 경쟁을 뚫으며 달려왔건만 문이 좁아지면 그들이라고 가만히 있겠는가. 어느 결론이든 의료계가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