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청풍교 업사이클링 전 안전 담보해야

2025.02.26 19:00:01

[충북일보]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시 구간에서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였다. 10명의 노동자가 교량 상판과 함께 추락했다. 4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충격적이다. 다리 상판이 순식간에 무너져 선진공법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사고로 믿겨지지 않는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여서 참혹하고 부끄럽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국의 모든 공사 현장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179명이 목숨을 잃은 제주항공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얼마 전엔 부산 공사장 화재로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상에서도 연이은 어선 침몰로 다수가 피해를 입었다. 다음 사고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국민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회 전반의 해이한 기강과 안전시스템 붕괴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도가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 옛 청풍교 업사이클링 개발 사업을 강행키로 했다. 충북도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상태 평가가 D등급이더라도 보수·보강을 하면 보통 수준인 C등급이나 양호한 B등급까지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리핑 직후 도청 안팎에서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사업이 너무 조급히 추진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즉각 성명을 냈다. "정책을 추진하면서 도민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최우선해야 한다는 걸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겪고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안전사고엔 예고가 없다. 이제 사후약방문식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은 철저한 사전 점검과 예방 조치가 답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책을 논의하는 건 정말 의미 없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 사고 공사 구간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공사를 맡고 있다. 지역의 업체에 하도급을 준 것으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사고 원인은 총체적인 부실 공사와 부실 감독 등이 결합해 만들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말문이 막힌다. 이런 후진국형 사고에 구조적인 원인이 없을 리 없다. 정부와 수사당국은 구조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설계가 잘됐다면 과정대로 작업순서가 잘 이뤄졌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감리나 종합적인 안전관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조사를 마친 뒤엔 사고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유사한 사고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엔 안전 불감증이 만연돼 있다. 정부나 정치권의 대책 불감증도 여전하다. 사고가 잦다 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이 다반사다. 최근에도 정부·여당은 잇단 사고에 대한 종합 안전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나흘 만에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충북도는 옛 청풍교를 업사이클링 하려 한다. 다리의 원형을 활용한 정원과 걷기길·포토존 설치를 계획 중이다. 단계적으로 관광·체험시설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옛 청풍교는 균형, 변형, 처짐 등 육안 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콘크리트, 철근 등 재료의 강도와 성능을 시험하는 내구성 평가에서도 똑같다. 결국 종합평가도 D등급이다. 업사이클링도 좋지만 안전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순서다.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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