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올해 2·4분기 충북지역 혼인 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는 소식이다. 충북여성재단이 최근 발표한 '충북인구·가족동향'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충북 혼인 건수는 1천80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천585건과 비교할 때 13.7%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코로나19가 막을 내리면서 예비부부들이 그동안 미뤄뒀던 결혼식을 치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청주지역에서도 결혼식장을 예약하려면 1년 전에 미리 서둘러야한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물러난 뒤 인건비와 물가가 치솟으면서 결혼식장 식사대금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예비부부와 하객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객들은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부분의 하객들은 결혼식장에 가지 않으면 축의금 5만원을 송금하고, 결혼식장에 참석할 경우 10만원을 내고 있는 추세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 발간한 '2024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서도 지인의 결혼식에 가지 않을 경우 축의금으로 5만원을 보낸다(52.8%)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식에 직접 참석한다면 10만원을 낸다는 의견(67.4%)이 가장 많았다. 봉투만 보내는 경우 평균 축의금은 8만원, 결혼식에 참석하는 경우 11만원이었다.
청주지역 결혼식장 식대는 보통 1인당 5만5천원 안팎,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은 7만~8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식업계는 코로나19가 끝나면서 다른 물가가 치솟자 식대·사진촬영·드레스·화장·웨딩홀 대여 등의 가격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결혼식장 식대가 큰 폭으로 인상됐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청주지역 예식장 식대가 보통 1인당 3만5천원 수준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객들은 1인당 축의금 5만원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부부가 함께 참석하면 10만원을 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축의금이 무려 두 배 이상 올랐다. 관습처럼 홀수로 1만원, 3만원, 5만원을 내던 축의금이 7만원, 9만원을 건너뛴 채 10만원대로 올라섰다. 우리는 지금 축의금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다. 직장인들의 경우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축의금을 내느라 고통이다. 예비부부들과 자식들 결혼을 준비하는 부모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하객들이 5만원만 내고 식사까지 한다면 적자다. 초청장을 보내기가 멈칫해진다. 그러다 온라인 초청장에 축의금 계좌를 적어 보낸다.
축의금은 품앗이 성격이 짙다. 어려웠던 시절 한 가정에서 혼례를 무난하게 치르도록 서로 돕기 위해 주는 부조금이다. 내가 도움을 받았으면 되갚아야 하는 게 도리로 인식돼 왔다.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형편에 맞게 부조금을 건넸다. 돈이 없으면 농산물로 부조금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결혼식 축의금을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결혼식장에 가서 5만원 내고 식사까지는 부담스럽다. 부부가 참석해 10만원 내고 식사를 챙기는 것도 민폐다. 결혼식장에 가서 5만원 내고 진심으로 축하해 준 뒤 식사는 생략한다. 내 결혼식 때 축의금을 내지 않은 친구에게는 문자로 축하인사만 해도 된다. 결혼식 축의금을 놓고 벌어지는 갑론을박 내용 중 일부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하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축복받는 결혼식이 되도록 정부나 자치단체의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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