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무시 후보·정당의 필패는 법칙이다

2024.09.18 19:42:01

[충북일보] 명절 연휴 충북 정치인들의 발걸음도 바빴다. 귀향·귀성객 맞이 인사로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일부는 전통시장 등을 돌며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 이른바 명절 민심 청취에 분주했다. 명절 때면 지역과 세대를 넘나드는 민심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의 추석 민심은 여느 때 보다 수위가 높았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의 정치적 이질감이 그대로 드러난 탓이다. 수많은 주문에도 협치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은 지난 5일 청주의 한 중식당에서 만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의견이 엇갈렸던 현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서로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현안을 놓고 보이는 이견의 틈새를 좁히지 못했다. 사업을 대하는 방식도 사뭇 달랐다. 달라도 많이 달랐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런 태도가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같은 정당 소속일지라도 정치적 지향점이 달라 보인다. 정치 논리가 상반된다. 그러다 보니 도민들만 피곤하다. 두 사람은 충북도와 청주시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장기적인 갈등이 좋을 리 없다. 대화를 통한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사람은 정치가 조정과 타협의 산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고집으로만, 열정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고집과 열정, 그 두 가지가 합쳐져 조화를 이뤄야 한다. 충북의 유권자들은 두 사람이 양보와 타협으로 전체를 위한 생산성을 높이길 원한다. 보다 나은 충북도와 청주시가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그게 충북의, 청주의 민심이다.

두 사람은 민심에 귀를 제대로 열어야 한다. 쓴 소리는 곱씹어 듣고 바람은 되새겨야 한다. 민심은 늘 바다와 같다. 배를 띄울 수도, 가라앉힐 수도 있다. 민심을 외면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시장은 활기 잃어가고 있다. 영업장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작업장 근로자들은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생계와 직결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 현장에서 본인 장비로 일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체불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4년간 건설노조가 집계한 충북 지역 임금 체불 공사 현장은 34곳이나 된다. 금액은 28억 원이 넘는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개인 장비를 빌려주고 일하는 특수 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설기계 대여 시 임대차계약서 작성과 대여대금 지급보증 가입이 의무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가위 추석이라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로 근심 걱정이 태산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이처럼 많다. 그러다 보니 협치 없이 다투는 듯한 두 사람에 대한 명절 민심은 어김없이 냉기류다. 두 사람에 대한 충북의 추석 민심은 매섭다. 지자체장의 본령에 충실히 임하라는 하소연이다.

민심의 흐름에 따라 향후 정치권을 향한 여론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 그러니 두 사람도 추석 민심이 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두 사람에겐 여전히 대오각성이 없어 보인다. 회동 이후 비판적 논평에 대한 해석마저 여전히 아전인수다. 어느 누구도 잘못한 게 없다는 모습이다. 그저 내 사업이, 내 생각이 옳다는 태도다. 민심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태도는 모두를 난감하게 할 수밖에 없다.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이나 후보의 선거 패배는 당연하다. '필패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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