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으로 이끄는 산문, 미타사

2023.05.25 17:33:36

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시내는 연등이 꽃이 되어 가로수 사이를 밝히는 중이다. 사월 초파일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 왔다. 나는 불교 신자는 맞지만 신심이 깊지 못하다. 그럼에도 사월 초파일만큼은 연등을 빼 놓지 않고 단다. 몇 군데 절에 가족의 안녕을 빌며 연등을 다는데 제일 먼저 가는 곳은 미타사이다. 미타사는 내가 불교를 처음 접하며 찾은 절이다.

미타사와의 인연은 20여 년 전쯤부터였다. 수필 창작교실에서 알게 된 C여사님과 가까워지며 자연스레 그분이 다니시던 절을 따라가게 되었다. 그곳은 음성 소이면 비산리에 있는 미타사다. C여사님은 절을 하는 법부터, 마음가짐까지 알려주셨다. 그때부터 마음이 힘들 때면 혼자서 고즈넉한 절을 찾아가기도 하고, 연 초에는 절을 찾아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아이들이 수능을 볼 때도 108배를 하며 합격을 기원했다.

천년 고찰 미타사는 신라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그 후, 많은 풍파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 사찰이다. 미타사는 지장보살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그곳으로 몸소 들어가 죄지은 중생들을 교화하고 구제하는 지옥세계의 부처님이라고 한다. 그런 연유인지 지장보살 앞으로는 대규모의 추모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곳에서 잠들어 계신 분들은 아마도 지장보살의 염원으로 극락세계에 가 계시지 않을까 싶다. 지장보살은 먼 곳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로 동양 최대의 크기를 자랑한다. 충주에 볼 일이 있어 지나갈 때면 언제나 지장보살을 향해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곤 한다.

미타사는 동양 최대의 지장보살 뿐 아니라, 고려 초기로 추정되는 마애여래입상도 볼 수 있다. 미타사 전각을 조금 못미처 산모퉁이에 있는 마애여래입상은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화강암 자연석에 새긴 마애불은 머리와 어깨 부분만 도드라졌고, 손과 허리, 발 부분은 오목하게 새긴 불상이다. 고려시대는 불교 장려 정책으로 왕실과 귀족들은 여러 지역에 수많은 절을 짓고 불상과 불탑을 세우기에 바빴다. 그러다보니 정교하거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불상들이 대다수였다. 미타사의 마애여래입상도 고려 전기에 조성 되었을 것으로 추정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머리와 몸의 비율이 대칭적이지도 않고, 조형미에서도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후덕한 모습의 마애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 진다.

미타사는 음성 관내에서는 제일 큰 절이다. 그렇다보니 사월 초파일이면 절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는 것은 물론이다. 나도 해마다 사월 초파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을 간다. 미타사를 찾는 이가 많아 그날은 버스가 절 초입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지만, 우리는 언제나 걸어 올라가는 쪽을 택한다. 나무가 우거진 숲을 따라 걷다보면 길 섶 야생초와 야생화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무래도 오르막이다 보니 나는 여지없이 헉헉대는데 그럴 때면 딸과 아들은 뒤에서 등을 밀어주거나 앞에서 손을 잡고 이끌어 주기도 한다. 차를 타고 올라간다면 맛볼 수 없는 아이들의 정리다. 몸은 힘든데 얼굴은 함빡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오늘 아침, 서울서 직장을 다니는 작은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초파일 전날 내려온다는 전갈이다. 일에 지쳐 시르죽었다가도 나는 아이들의 목소리만 들으면 어느 결에 생기가 돈다. 자식 바보였던 친정 엄마의 마음을 요즘 절절이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영락없는 친정엄마의 딸인가 보다. 사월 초파일, 아이들과 미타사 숲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바장대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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